[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자연감염 통한 A형간염 면역력 획득 ‘옛말’…항체 없는 어른 늘어나

[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자연감염 통한 A형간염 면역력 획득 ‘옛말’…항체 없는 어른 늘어나

기사승인 2014-08-06 08:00:55
A형간염의 예방은 백신이 개발되기 1990년 이전까지 개인위생을 통한 수동적 방어에 그쳤으나 국내에 백신이 보급된 1997년부터는 능동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감염병이 되었다. 하지만 A형간염은 만성간염으로 진행되는 B형간염에 비해 일과성 감염으로 그치고, 증상도 본인이 깨닫지 못할 정도로 가벼울 때가 많아 그동안 예방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지 않았다. 이러한 탓에 백신 접종이 이뤄진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아직 선택접종에 분류되어 있다.

감염된지 20일까지는 환자의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묻어나온다. 따라서 화장실 사용 전·후 손을 씻는 작은 행동은 A형간염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육아 중인 부모는 아기의 기저귀를 교체할 때마다 손씻기를 습관화해야한다. 실제 주된 감염경로는 대변을 직접적으로 만지는 행위보다 대변에 오염된 손으로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전염이 일어난다. 입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A형간염 바이러스는 간에서 증식되고 이 과정에서 간세포의 괴사(파괴)가 일어난다.

A형간염은 소아 때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나면 장기간 또는 일평생 면역력을 갖는다. 이를 자연감염을 통한 항체획득이라고 표현한다. A형간염 자연감염을 통항 항체 양성률은 1980년까지 90%를 이뤘으나 그 이후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06년 실시한 조사에서 10대 미만 연령층의 항체 양성률은 50%에 그쳤다. 어린시절을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실내에서 보내는 지금의 세대들은 흙장난을 일삼았던 과거 부모 세대에 비해 A형간염 바이러스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결론이다.

문제는 A형간염에 대한 면역력(항체)이 없는 나머지 절반이 성인이 되어 A형간염을 앓게 되면 후유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 항체 미보유자의 A형간염 노출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A형간염 연구보고서를 통해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이 낮기 때문에 향후 A형간염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며 대규모의 A형간염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상해에서도 1980년에 젊은 성인의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이 낮아졌다는 보고 이후 8년 만에 오염된 어패류에 의해서 31만 명이 A형간염에 집단 감염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B형간염 예방접종 유무를 떠나 소아나 간질환자 더불어 A형간염 발생률이 높은 국가(남미, 동남아 등)로 장기간 여행하는 자에게 A형간염 예방접종은 반드시 챙겨야 할 건강수칙이다.

국내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A형간염 예방 백신은 GSK사의 하브릭스, 사노피 파스퇴르사의 아박심, 베르나바이오텍사의 이팍살, MSD의 박타 등 모두 4가지다. 접종 시기는 생후 12개월 이후에 근육주사로 팔에 1차 접종을 하고, 6개월 이상 경과한 후에 2차 접종한다. 모든 종류의 A형간염 예방백신은 약의 용량을 두배로 해서 성인에게도 접종이 허가돼있다.

일반적으로 보건소나 동네 소아과에는 4개의 백신을 모두 들여놓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박영준 연구관은 “네 개의 백신이 교차접종이 가능하며 A형간염을 예방하는 효능 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어떤 특징의 백신이 좋으니 그것을 맞으라고 특별히 권고하는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A형간염은 예방접종 이력이 없더라도 A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된 경우라면 평생면역을 획득하므로 백신 접종이 필요하지 않는다. 다만 무증상으로 지나갔다면 스스로 항체 보유 유무를 알 수 없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30세 미만에게는 특별한 항체검사 없이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그 이상 연령층은 A형간염에 대한 항체검사 실시 후 항체가 없는 경우에 한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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