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끊이지 않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어려운가?

[K-이슈추적] 끊이지 않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어려운가?

기사승인 2014-09-25 08:59:55
"지난 7월 23일 한국제약협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등과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


①끊이지 않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어려운가?
②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규제를 품은 법규들… 어디까지 늘어날까?
③ 리베이트 제약회사 오명 벗고 클린경영 모범사례 ‘한미약품’
④[현장에서] 리베이트 제약회사만의 잘못인가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7월 23일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실천 의지를 담은 기업윤리헌장을 채택하는 임시 총회를 가졌다. 이는 정부가 리베이트 투아웃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자구적 실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 과도한 규제 적용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정관 관계자와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 조순태 이사장(녹십자 대표이사)을 비롯한 주요 제약사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해 리베이트 근절을 비롯한 윤리경영을 각 사에서 실천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경영 다짐 결의가 무색하게도 잇달아 리베이트 수사 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8월 초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단은 의사와 약사 등에게 거액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차병원 계열의 CMG제약을 기소하고 전 영업본부장 김모(55)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CMG제약은 전국 379개 병의원 소속 의사와 약사에게 자사 전문의약품 등의 처방 대가로 총 15억6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CMG제약은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처벌을 우려한 경쟁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 틈을 노려 영업사원들의 판촉비를 제품 수금액의 최대 41%까지 지원했으며, 영업사원들은 본사에서 지급한 판촉비를 리베이트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후 9월에는 태평양제약 안모 전 대표이사(56) 등 임직원이 쌍벌제 시행 이후인 지난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병원 120곳의 의사들에게 의약품 처방 대가로 1692차례에 걸쳐 9억4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발표됐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2010년에도 상품권 제공 등 리베이트가 적발돼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6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제약회사들의 의약품 리베이트는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계속되는 리베이트 근절이 어려운 이유는?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제네릭 의약품의 지속적인 출시를 통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할 때 경제성 있는 신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R&D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제네릭 의약품 위주의 영업활동으로 인해 의사와 약사들의 처방 및 조제에 선택 받기 위해 과다하고 변칙적인 판촉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리베이트기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현재 국내 의약품시스템으로는 의사나 약사가 모든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으며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제약사와 의사, 약사 모두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 이상 리베이트는 계속될 것이라 게 업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베이트 조성 환경을 만든 데에 정부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비싼 다국적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인하를 위해 제네릭 의약품 장려책을 펼치면서 국내 제약회사들의 과다 리베이트 경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맞물려 다수의 제네릭 의약품 등장이 판매촉진을 위한 다양한 리베이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네릭 의약품의 약제비가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히 증가하면서 당황한 정부는 규제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리베이트 조사이다. 이후 2007년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가 정점을 찍을 무렵 공정경쟁위원회의 본격적인 리베이트 조사로 리베이트들의 유형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리베이트 수수 혐의 의사, 복지부의 미온적 처분도 문제

최근 감사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리베이트 수수 혐의 의료인 행정처분을 재차 촉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감사원 2014년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말 현재 의료인의 제약사 리베이트 수수 관련 통보건수 1만5528건 중 225건 면허취소, 사전통지 947건 등을 제외한 1만 4356건(92.5%)이 미결 관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0년 11월 28일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수사기관 등에서 통보받은 제약회사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 내역을 인력이 부족하거나 시스템 개선작업 사유로 입력하지 않은 채 업무용 컴퓨터에 별도 관리하다 행정처분이 이뤄진 경우 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제약사 리베이트 수수 관련 통보건수 1만5528건 중 225건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을 하고, 947건을 사전 통보만 해 나머지 1만4356건은 미결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점 지능적으로 진화하는 리베이트 수법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과 정부의 강력한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가 강화되면서 과거 처방액에 따른 직접적 대가를 지급했던 방식에서 합법을 가장한 지능적인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그동안 리베이트 제공방식이 주로 병의원 의사들에게 현금 및 상품권 지급, 물품지원을 하고 골프접대를 하는 방법이었다면 설문지 작성, 광고홍보대행사를 통한 리베이트 제공 등 외형상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신풍제약 등 9개 제약사는 대체적으로 현금이나 상품권, 물품 등을 지원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중 한올바이오파마는 다른 제약사와 다르게 논문번역료를 과다 계상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같은 해 6월 검찰에 의해 적발된 제약사는 설문조사 조사대상자 명단을 작성해 시장조사업체에 전달했다. 명단을 받은 업체는 처방액에 따라 차등을 두고 설문조사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제약사가 광고홍보대행을 체결한 대행업체를 통해 리베이트 해당 금액을 의사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를 취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약사법상 의사들을 상대로 제품설명회를 개최할 경우 의사 한 명에게 10만원까지의 식음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악용, 서류상 의약품 제품설명회를 개최하고 의사 한 명당 10만원의 식음료를 제공한 것으로 계산하고 식당 등에서 음식값을 부풀려 계산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전형적인 리베이트 수법도 동원됐다.

◇과연 리베이트 근절 방법은 없을까?

정부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의 위해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을 동원, 다양한 루트를 통해 리베이트 적발을 해오고 있다. 여기에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도 처벌할 수 있는 쌍벌죄를 시행하고 최근에는 제약회사가 자사의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 두 번 이상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을 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시행했다. 이는 특정 약을 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사실상 제약 시장에서의 ‘영구 퇴출’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라지기보다는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그 이유는 국내 제약회사들의 대다수가 제네릭 의약품 판매를 통해 운영이 되고 있다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똑같은 제네릭 의약품들 중 의사의 처방 선택을 받기 위해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리베이트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리베이트 척결뿐만 아니라 글로벌 의약품 시장 개척을 위해서 신약을 개발해야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현재 20여개의 국산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따른 투자와 노력에 맞는 약가를 책정해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적정 수가를 받지 못하는 의사 및 병원들의 증가 또한 리베이트 존속 한몫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모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 제약회사의 무리한 판촉행위도 없어야 하지만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과 약국의 수익 보전과 신약 개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리베이트를 줄여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0여년동안 정부가 제시한 제약산업 발전 계획이 없었으며, 이벤트성으로 제시한 혁신형제약기업 등도 제약회사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면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을 주어야 개별 제약회사별 경쟁력이 생기는 만큼 리베이트도 줄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ju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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