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와파린보다 좋은 약 있어도 포기하는 환자들

[쿡기자의 건강톡톡] 와파린보다 좋은 약 있어도 포기하는 환자들

기사승인 2014-10-14 11:16:55
와파린은 혈전(핏덩어리)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항혈액응고제입니다.

70년 전 개발된 와파린은 혈전의 생성을 막아주는 효과가 매우 우수합니다. 하지만 이 약물의 역기능도 무시할 수가 없는데요.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아주는 대신 몸 곳곳에서 출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반응이 뇌에서 일어나면 뇌출혈이 되는 것이죠.

건강한 피는 적절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응고가 일어나야하는데, 와파린이란 약물이 과도한 혈액응고를 즉각적으로 막아주는 대신 적절한 응고수준을 맞추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와파린을 복용 중인 사람은 필수적으로 매일 또는 매주 혈액검사를 통해 피의 건강도를 체크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하죠.

최근 이러한 와파린의 단점을 보완해 혈액의 적절한 응고수준을 유지하는 신약들이 시판됐습니다. 와파린 부작용으로 고생하던 환자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일텐데, 정작 의료계 현장에서는 푸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정부가 신약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 보험급여를 인정해주지 않아 적극적인 처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와파린 복용이 어려운 환자에게 신약이 처방될 수 있도록 대안책을 만들어놓았지만 이또한 장기간 처방할 경우 보험급여가 되지 않을뿐더러 ‘와파린 복용이 어려운 환자군’으로 구분되는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신약을 처방받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합니다. 항혈액응고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평생 복용해야하는 약물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말이죠.
환자는 평소 먹던 와파린의 10배 이상 되는 약값을 평생 치룰 수가 없는 것이죠.

신약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림의 떡’처럼 보이는 신약은 환자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정책입안자들의 소통이 중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의 적극적인 소통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와 완화라는 이분법적 사고 대신 혈전증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해보입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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