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단비 기자] 에볼라 치료제…‘핫’하지만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

[현장에서/김단비 기자] 에볼라 치료제…‘핫’하지만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

기사승인 2014-10-14 16:16:55

국내 한 제약사가 자사에서 독감치료용으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가 에볼라 치료제로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의실험 결과, 항바이러스제가 에볼라바이러스의 DNA 복제가 시작되는 부위에 정확히 달라붙었다. 컴퓨터상에서 보여준 결과가 실제 실험실에서 동일하게 재현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이르지만 굿 뉴스(good news)임에는 틀림없다.

모의실험을 진행한 박사는 곧이어 제약사 사장에게 결과보고를 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내 실험실 여건 상 에볼라 바이러스를 직접 다룰 수 있는 곳이 없다.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감염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도 직접 바이러스를 배양하거나 약품처리를 하는 등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전 과정을 국내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자사에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가 치료방법이 전무한 현 상황을 역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만있을 사장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신약개발에 목말라 있는 국내 제약사 사정은 더욱 그러하다. 해당 제약사 사장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직접 다룰 수 있도록 국내·외 기관 몇 곳에 동물실험을 의뢰했다. 그중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포함돼있다.

재밌은 사실은 일본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본 제약사는 기존에 독감 치료용으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에볼라 동물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아무 항바이러스제나 에볼라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좋은 결과를 낸 과학적 근거를 증거물로 제시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에볼라 치료제를 둘러싼 일본과 우리나라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동일하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우선 일본 제약사는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를 이용해 동물실험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의 항바이러스제 관련해서는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가 좋았다는 이야기 외에 들려오는 희소식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이지 않다.

제약사 관계자에 따르면 컴퓨터 모의실험 분석결과를 해당 부처에 보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변 말고는 얻은 것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에볼라 치료제에 관심이 없는 데는 워낙 치사율이 높아 서아프리카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풍토병으로 남아있을 것이란 견해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자국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어 에볼라 연구를 지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에볼라를 다룰 수 없는 여건 속에 ‘컴퓨터 모의실험’ 통해 좋은 결과를 얻고도 상황 탓만 하며 모든 것을 제약사가 알아서 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초유의 죽음사태를 정리하고 인류를 구할 정의로운 기회마저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일이다. 일본과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개발 차이가 벌어지는 까닭에 대해서 관계 부처의 고민과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사례를 보고도 느끼는 것이 없다면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가 설 자리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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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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