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크리스말로윈, 시대정신은 있었지만 임팩트는 ‘글쎄’

서태지와 크리스말로윈, 시대정신은 있었지만 임팩트는 ‘글쎄’

기사승인 2014-10-16 15:13:55

가수 서태지가 16일 오전 새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을 발표했다. 발표한 즉시 각종 음원사이트 9곳의 1위를 거머쥔 크리스말로윈은 어땠을까.

지난 10일 발표한 ‘소격동’에 이은 크리스말로윈은 잔혹동화를 노래하고 있다.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된’ 어른은 기름진 뱃살을 늘려가며 ‘아이’에게 냉소를 보낸다.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 아직 산타를 믿니” 라는 어른은 “밤새 고민한 /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 겁도 주고 / 선물도 줄게”라며 기득권층을 비꼰다. 어른이 돼 버린 아이는 아직 순진한 다른 아이들에게 속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어른들과 똑같이 크리스마스의 괴물이 된다.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했을 당시부터 항상 가사에 ‘시대유감’을 담아온 가수다. 음악의 장르만 바뀌었을 뿐 음악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정해져 있다.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을 비꼬았던 ‘환상속의 그대’ 소통이 단절된 남과 북의 희망을 이어준 ‘발해를 꿈꾸며’ ‘컴백홈’ ‘시대유감’ 등은 당시 세대를 통째로 뒤집었다.

일렉트로닉과 덥스텝 장르에서 쓰이는 그로울(Growl) 사운드를 결합했다는 크리스말로윈이지만 막상 곡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의 인트로곡 ‘요 태지(Yo Taiji)’다. 크리스말로윈을 듣고 사람들은 “서태지가 트로트 리듬이라니”라며 놀라워하지만 서태지는 이미 ‘요 태지’에서 트로트 리듬을 훌륭하게 변주해낸 경험이 있다.

노래는 훌륭하다. 가사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다만 크리스말로윈에 사람들이 기대해왔던 커다란 임팩트는 없다. 서태지는 최근 가장 대중적인 장르들을 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지만 그보다 더 큰 임팩트는 서태지라는 이름이다. 아직 대중들이 서태지라는 이름 세 글자에 긴장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크리스말로윈을 비롯한 정규 9집 앨범이 정말 산타의 선물이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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