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김성균 “거창해 보일까봐…” 처음 털어놓은 배우인생의 시작

[쿠키 人터뷰] 김성균 “거창해 보일까봐…” 처음 털어놓은 배우인생의 시작

기사승인 2014-10-28 02:49:55
사진=박효상 기자

배우 김성균(34)을 아직 ‘삼천포’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남긴 인상이 너무 깊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2), ‘이웃사람’(2012), ‘화이’(2013) 에서 그렇게 뚜렷한 연기를 펼쳤지만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응사’로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판에서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기인생은 10년을 훌쩍 넘었다. 드디어 그의 얼굴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포스터가 영화관에 걸렸다. 23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그는 첫 타이틀롤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홍보를 위해 마련된 인터뷰였다. 시작 전 연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그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곁에서 떼놓지 못했다. 예매사이트를 뒤져보며 추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묻자 “촬영할 땐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개봉을 앞두고는 책임감이 확 느껴졌다”며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작품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관심이 가는 건 다른 곳에 있었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했던 시절 이야기다. 그는 “부끄러워서 오늘 처음 하는 얘기”라며 “괜히 거창해 보일까봐 걱정된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학교 전체 수석, 4년 장학생으로 대학 들어갔지만…

“제가 지방에 있는 연극영화과를 재수 끝에 학교 전체 수석으로 들어갔거든요. 자랑은 아니고 성적이 덜 돼도 들어갈 수 있는 학교였어요. 엄마가 등록금 내러갈 때 고지서에 ‘전체 수석’ ‘0원’ 적혀있었죠. 엄마는 도장만 딱 받고 오고. 그런데 제가 학교를 1년 반 다니고 자퇴를 했어요.”

한 후배가 보여준 모습이 그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서 밀러의 ‘시련’이라는 작품 공연에서였다.

“후배가 마지막에 대사를 하면서 눈물 한 방울을 탁 떨어뜨리는데 ‘하, 쟤는 뭐하는 애지?’ 싶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하는 방법을 학교에선 안 가르쳐 줬어요. 어린 마음에 세상에는 연기의 고수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는 생각을 했죠. 고민을 하다가 친구한테 ‘나는 현장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는 ‘미친 것 아니냐?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 4년 장학금이 어디냐’고 하더라고요. 결국은 가방을 싸들고 마산으로 갔어요.”


야심 차게 들어간 경남예술단. 현실은 소주에 컵라면…

“마산에 경남예술단이 있어요. 경남 각 지부에서 모여 1년에 한 번씩 큰 공연을 올리죠. 학교 다닐 때 ‘로미오와 줄리엣’ 배우로 스카우트돼 무작정 내려갔어요. 근데 마산에서 연고가 없으니까…. 연습 끝나고 선배들은 집에 다들 가고 저는 옥상에 층간소음 매트 깔아놓고 먹고 자면서 그렇게 1년을 지냈어요. 근데 연기의 신? 너무 화가 났어요. 그때부터 매일 소주에 컵라면 먹으며 지냈어요. 그때 너무 할 게 없으니까 세트 만들다 남은 나무로 샤워실 만들고, 전선 깔고, 건물 옥상에 마네킹 쓰레기 더미 발로 차면서 욕하고 술 먹고,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어요.”


삼천포서 장자번덕 대표를 운명처럼 만나…

“그러다 사천 삼천포에서 장자번덕이라는 극단 대표님을 만났어요. 당시 한달에 25만원 짜리 월세방에 살 때였는데 불러서 회를 사주셨어요. ‘내가 너 배우 만들어 줄게.’ 그 말만 믿고 들어갔죠. 근데 되게 무서운 시스템이었어요. 연희단 거리패 같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조건 합숙생활을 했어요. 저는 군대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1년 정도 생활했어요. 그런데 미치겠는 거예요. 폐교에서 지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거의 매일 일기를 썼어요. ‘나는 여기서 대배우가 되어서 나갈 것이다’ ‘기다려라 세상아’라고요. 열의에 차서 별 훈련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전국 각지를 돌며 기본기를 쌓은 김성균은 드디어 서울에 입성했다. 지금의 연기력은 그냥 얻은 게 아니었다. 대학로 연극무대에 수없이 서면서 경험을 더 채웠다. 그러다 윤종빈 감독을 만났다. 오디션에서 합격해 ‘범죄와의 전쟁’에 출연했다. 이때부터 영화배우로서의 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큰 인기를 얻게 된 지금도 김성균은 당시를 잊지 못했다. 과거 이야기를 시작하니 눈빛부터 달라졌다. 하지만 신나게 얘기를 하면서도 그에겐 고민이 하나 있었다. 연극을 함께했던 선배들이 보면 놀릴 것 같다는 것이었다.

“제가 힘들었다는 얘기를 그렇게 많이는 안했죠? 햇수로 따지면 스물 셋부터 스물 다섯까지 3년간 벌어진 일인데, 사실 삼천포에서는 1년을 못 버티고 도망 나온 거예요. 부끄러운 거죠. 힘들었지만 그때 배운 것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웃음)”

그는 걱정했지만 선배들 마음은 왠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개봉 첫 주 주말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외화 ‘나를 찾아줘’ 뒤를 이어 일별 예매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함께 고생한 후배가 승승장구하는 모습. 선배들은 지금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