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수고하시네요” 한마디면 되는데…전 경비원의 호소

[친절한 쿡기자] “수고하시네요” 한마디면 되는데…전 경비원의 호소

기사승인 2014-11-10 16:06:55
사진=국민일보DB

요즘 경비원은 현대판 노예라고 불립니다. 최근 주민 폭언에 분신자살한 경비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인권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죠. 8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 사건을 재조명했는데요. 9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경비원을 했던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경비원이 바라 본 우리나라 비정규직들이 처한 현실과 제도적 문제점은 어떨까요.

글쓴이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연계로 2011년 7월에서 2012년 11월까지 아파트 경비원을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글쓴이가 적은 시간대별 업무는 이렇습니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6시~6시30분에 근무 교대를 합니다. 아침순찰을 시작으로 일과 수령, 교대근무자에 인수인계, 아파트 담당구역 점검 등이 이어집니다. 간단한 청소와 분리수거 비상구역 및 아파트 주변 순찰, 택배에 대한 업무 전반도 경비원들의 몫입니다.

근무시간도 짧지 않습니다. 글쓴이는 “24시간 격일 근무제였다”며 “개인적 일상은 거의 없다. 사유가 있어서 쉬면 대리 인력을 세우는데 임금은 경비 서는 당사자가 낸다”고 털어놨습니다. 1주일이면 근무시간은 약 57시간입니다. 하루 24시간 근무인데 회사에서 식사 및 휴식시간 명목으로 7시간은 빼준다네요. 이를 제외해도 17시간, 한달이면 240시간 근무입니다. 시급기준 급여로 통상 135만원 내외를 받았다고 하네요.

글쓴이는 “경비원은 부르면 달려가는 아주 하찮은 존재라고 하는 입주민들이 있다”며 “가장 힘든 것은 보는 아파트 입주민마다 한마디씩 할 때”라고 호소했습니다. 자신도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진다네요.

“경비실에 앉아서 놀라고 우리 관리비에서 당신 월급 줘?” “경비실에 앉아서 자리 안 지키고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 “경비나 똑바로 서지 왜 남의 아이에게 훈계냐?” “하루 놀고 하루 일하고 뭐 할일 별로 없잖아” “힘든 게 있나? 우리가 내는 관리비나 축내고…” 등입니다.

글쓴이는 아파트에 사는 분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답니다. 경비원들을 보면 빈말이라도 좋으니 이 한 마디만 꼭 해 달라네요. “수고하시네요”라고요.

방송에서 한 경비원은 자신을 “현대판 노예”라며 “경비 복을 입는 순간 인격은 개만도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경비원들도 소중한 우리 이웃입니다. 24시간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경비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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