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패션왕’ 주원, 왜 하필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리뷰] ‘패션왕’ 주원, 왜 하필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기사승인 2014-11-26 08:00:55

돈 주고 보기 아까운 영화를 매년 선정한다면 올해에는 ‘패션왕’(감독 오기환)을 넣어야 할 듯 하다. 지난해에는 ‘캐치미’(감독 이현종)가 그랬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모두 배우 주원의 주연작이다.

주원은 2010년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출연작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오작교 형제들’(2011) ‘각시탈’(2012) ‘7급 공무원’(2012) ‘굿닥터’(2013)는 흥행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다. 형사부터 자폐 의사까지 매 작품마다 변신을 꾀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캐치미에 이어 선택한 패션왕은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캐치미는 첫사랑인 두 사람이 20년 뒤 경찰과 도둑으로 만난다는 내용의 진부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주원과 김아중의 ‘몸개그’는 영화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엉성한 구성도 흠이다. 크리스마스 특수에도 누적 관객수 49만4126명으로 막을 내렸다.

패션왕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패션왕은 학교폭력에 고통 받는 우기명(주원)이 이른바 ‘간지(패션감각을 의미하는 네티즌 신조어)’에 눈을 뜨면서 멋진 남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해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에피소드들은 ‘오글’거리고 흔히 말하는 ‘병맛’ 코드도 통할지 의문이다.

특히 기명과 원호가 운동회 계주에서 달리기는 하지 않고 ‘패션 배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홍석천 김나영 한혜진 나나(애프터스쿨) 등 카메오 출연자가 너무 많아 몰입을 방해한다. 기명을 패션 리더로 만드는 남정(김성오)과 급우 창주(신주환)가 군데군데 웃음을 줄 뿐이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패션왕은 총 58만5265명의 관객을 모았다. 같은 날 개봉한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후광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주요 타깃인 10대에게도 외면당한 셈이다. 개봉 3주차 손익분기점(130만명) 돌파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주원이 영화의 실패를 드라마로 만회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출연 중인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는 5~6% 시청률을 기록하며 심각하게 고전 중이다. 시청률과 관객 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주원의 최근 작품 선택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극중 혜진(박세영)이 꿈을 묻자 기명은 “없어. 이번 인생 망했어”라고 한다.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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