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신경병리학 분야의 연구 기틀을 다지고 소아병리학 분야를 정립해온 의학박사 지제근(사진) 서울의대 명예교수가 지난 26일 오전 11시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77세.
대한의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고(故) 지제근 명예교수는 투병 중에도 최근까지 의학회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며 후학들을 위해 힘써왔다. 특히 최근에는 분쉬의학상 운영위원장으로 지난 19일에 개최된 제24회 분쉬의학상 시상식 준비를 위해 열정을 쏟기도 했다.
지난 1962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지 명예교수는 서울대에서 의학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제근 교수는 1970년대에 미국 하버드의대 보스톤 소아병원 병리과 전공의를 시작으로, 1973년부터는 신경병리학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해부병리학 전문의 및 신경병리학 전문의로 1년간 하버드의대에서 신경병리학 전임강사로 재직했다.
그러다 1976년 우리나라 병리학과 모교 발전에 기여코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로 돌아왔다. 당시 지 교수의 귀국은 개인의 역사를 넘어 미국 의학계에서 갈고 닦은 최고의 지식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신경병리학자가 국내 불모의 병리학계에 처음으로 개혁의 바람을 불어 넣는 개척자적 시대의 개막을 의미했다.
특히 지제근 교수는 우리나라 신경병리학의 초석을 구축하고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소아병리학 분야의 정립에도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경병리학과 소아병리학은 공통적으로 그 어느 분야보다도 발생학 및 기형학과의 연관성이 밀접한 분야이다. 지제근 교수는 1985년 국내 유일의 소아병원인 서울대 소아병원 소아병리과 책임자로서 후학들의 교육과 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했다.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의 결과로 지 교수는 2014년 현재까지 1200여 편(SCI논문 850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한민국학술원상(1992년)을 포함해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러한 학술 성과와 국내 의학발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학술원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서훈받기도 했다.
지제근 명예교수는 대한병리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장, 대한의사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1999년 대한의학회장, 2004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초대 회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의학전반의 발전에 헌신해 왔다.
김동익 대한의학회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계와 의학계에 남긴 고인의 큰 발자취는 후학들이 두고 두고 되새겨 볼만한 큰 가르침과 교훈을 남겼다. 오늘 우리는 의학계의 큰 보배를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