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자녀에게 몸에 좋은 채소나, 과일 등을 제공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서울의 식료품점에서 몸에 좋다고 자주 먹는 과일이나 채소에서 설사를 유발하는 유해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유재란 교수(환경생물의학)팀은 2012년6월 서울의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블루베리ㆍ감자ㆍ시금치 등 과일ㆍ채소 24건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이중 3건(12.5%)에서 식중독 유발 원충(기생충의 일종)인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 parvum)이 검출됐다고 3일 밝혔습니다.
블루베리·얼갈이·당근은 각각 검사한 3건 가운데 각 1건에서 크립토스포리디움이 확인됐다. 크립토스포리디움의 난포낭(oocyst) 숫자는 식물 1g당 블루베리 110개, 얼갈이 62개, 당근 40개였습니다.
국내 농산물에서 크립토스포리디움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 교수는 “국내 일부 농산물에 크립토스포리디움이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교수팀은 또 경기·충남·전북에서 채취한 토양 34건을 검사했습니다. 여기서 크립토스포리디움 양성률은 32.4%(11건)에 달했습니다. 크립토스포리디움이 나온 토양에서 확인된 낭포체의 수는 토양 1g당 809∼3710개 범위였습니다. 이 성분은 충남 홍성(7곳 중 6곳)·보령(5곳 중 2곳)과 경기 화성(1곳 중 1곳)에서 검출률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이유에는 보통 이 지역의 축사(畜舍) 주변 흙의 오염률이 높아, 가축 분변에 섞인 크립토스포리디움이 폭우가 내릴 때 주변 토양을 오염시킨 탓으로 풀이됩니다.
크립토스포리디움은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 감염병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채소ㆍ과일 등 식물성 식품이나 토양을 통해서도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선 처음 확인된 것이죠. 이 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습니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크립토스포리디움으로 인한 질병 71건 중 15건의 원인이 식품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식품에 기인한 크립토스포리디움 발생이 공식 보고되지 않았지만 관련 학계에선 크립토스포리디움 식중독 환자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크립토스포리디움은 여름에 다발하는 데 주 증상은 설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감염되면 1∼2주가량 설사(하루 2∼3회 물 같은 설사) 증세를 보이다가 자연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에이즈나 암, 당뇨병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걸리면 증상이 훨씬 심하고 오래 간다고 합니다.
유 교수는 “크립토스포리디움은 열에 약하므로 채소를 살짝 데치기만 해도 죽는다”며 “과일이 이 원충에 오염돼 있더라도 껍질을 벗겨 먹거나 과일세제를 이용해 충분히 세척하면 문제가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크립토스포리디움은 염소 소독엔 잘 견디므로 수돗물에 오염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한기생충학회지에 나온 보고에 따르면 서울의 한 낡은 아파트에선 2012년 5∼6월 수도관 부식으로 인해 124명의 크립토스포리디움 환자가 집단 발생했습니다. 또 1993 년엔 미국 밀워키 수돗물 정수 처리시설이 고장 나 주변 주민 40만 명이 크립토스포리디움에 집단 감염된 적도 있습니다. 당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식수를 안전하게 마시려면 적어도 10분간 물을 끓일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인선 식품의약품안전처 미생물과 연구관은 “설령 크립토스포리디움이 특정 농산물에서 검출됐다고 하더라도 가공식품이 아니므로 해당 농산물에 대해 판매 금지 등 조치를 내릴 순 없다”며 “소비자 개개인이 채소 등 농산물을 잘 씻어 먹는 등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5월 미국 메릴랜드대학 카렌 코틀로프 교수는 설사 증세를 보이는 아프리카 저(低)개발국 어린이 9439명의 대변 가검물을 조사한 뒤 크립토스포리디움을 로타바이러스ㆍ이질균ㆍ병원성 대장균과 함께 어린이 설사를 유발하는 4대 병원체 중 하나라는 것이 ‘랜싯(Lancet)’에 발표했습니다.
몸에 좋다고 먹은 채소나 과일에 설사를 유발하는 유해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되면서 엄마들의 불안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이러한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도록 정부가 빠른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