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룸살롱’ 검색어는 국정원의 작품… “노무현을 죽인 자가 문재인” 트윗도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는 국정원의 작품… “노무현을 죽인 자가 문재인” 트윗도

기사승인 2015-02-11 00:05:03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9일 서울고법의 258쪽짜리 항소심 판결문에는 국정원의 ‘민낯’이 드러나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대선 국면에서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일반 국민을 가장해 여론몰이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가 “선거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국정원의 댓글 활동은 박근혜 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다. 이 때부터 12월 19일까지 국정원의 선거 관련 글(인터넷 게시글ㆍ댓글ㆍ트윗ㆍ리트윗) 13만6571건은 박근혜 후보 지지, 문재인·안철수 등 야당 후보들에 대한 반대로 일관됐다.

댓글 작성과 관련된 업무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맡았다.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하며 심리전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심리전단도 4개의 사이버팀에 70~80명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확대·재편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 8월 25일부터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문재인은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과 비교해도 역대 최약체의 후보임에도 연전연승, 나머지 민통(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얼마나 수준이 낮은지, 또한 민통의 게임의 룰이 절대적으로 편향되었다는 점을 드러내준 거죠”라는 글 등을 리트윗했다.

9월 10일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법원 판결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과거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국정원 직원들은 박 후보를 옹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수 논객들의 글을 대량으로 리트윗하고, 직접 트윗도 올려 서로 리트윗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16일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국정원은 “노무현을 죽인 자가 바로 문재인이다. 노무현 비서실장으로 결국 부엉이 바위에 끌어올린 자는 문재인인 것이다” 등과 같은 원색적 비난 글들을 리트윗해 확산시켰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9월 19일쯤 국정원 심리전단은 안 후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퍼뜨리는 데 집중했다. ‘dave******’ 계정으로 “이제 6개월에 걸친 간은 다보고 간철수에서 안철수로 돌아왔네… 그런데 딱지(딱지아파트 구매 논란)와 농지(농지 무상증여 탈세 논란)는 다 간 잘 친겨??”라는 트윗을 올렸고 “정치경력무, 유머감각무, 접촉가능성무. 3무가 안철수입니다. 떠밀려서 후보! 어쩌다가 후보!” 등의 글이 다음날까지 리트윗됐다.

특히 ‘안철수 룸살롱’이란 단어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른 것은 실시간 댓글 작업에 나선 국정원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안철수 대선 후보의 “룸살롱을 가보지 않았다”는 발언은 거짓말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국정원은 “안철수의 거품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룸싸롱 같이 갔다는 증언이 어디 한두 명이어야 안 믿죠. 거짓말은 또 대박 잘해요” 등과 같은 보수 논객들의 트윗을 1주일 이상 퍼날랐다. 안 후보에 대한 의혹과 논란을 확산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 밖에도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 발언(9월 24일),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ㆍ논문표절 논란(9월 27~28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12월 5~6일) 등 주요 이슈마다 국정원 직원들의 여론 조작은 계속됐다.

법원은 이에 대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 개입해 이를 왜곡한 것이고, 국민의 합리적인 정치적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부여한 평등한 자유경쟁기회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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