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베 손동작 인증샷’ 모았더니… 잘 다니던 직장 잃고, 구속당해도 그들은 왜?

[기획] ‘일베 손동작 인증샷’ 모았더니… 잘 다니던 직장 잃고, 구속당해도 그들은 왜?

기사승인 2015-03-18 05:00: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지난 주말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취업 지원자가 전라도 출신이어서 서류 탈락시켰다”는 내용이 등장해 일베가 또 한 번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함께 올라온 사진엔 어느 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고, 첫 문장인 ‘목포가 고향인’이라는 부분엔 ‘탈락’이라는 단어와 함께 동그라미가 쳐 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손동작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베 회원들에 따르면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든 후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약지만 접어 ‘ㅇ’과 ‘ㅂ’ 모양을 만들면 완벽한 ‘일베 인증 손동작’이 됩니다. 이들은 이 손동작을 취한 사진을 올리는 것을 즐기는 듯 했습니다. ‘소속감’과 ‘현장감’이 높아진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네티즌들도 ‘일베 논란’이 이 손동작과 함께 터지면 더 많은 관심을 주었습니다. 혐오스럽다는 게 주요 이유입니다. 어쩌면 일베 회원들은 더 많은 관심을 받고자 이 손동작을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터진 일베 논란 중 손동작이 함께 올라 이슈가 커졌던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모아봤습니다. 이 중 대다수는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로 이어졌을지는 모릅니다. 지금도 일베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일베 인증 손동작이 오르고 있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 잃게 한 ‘젖병 테러’ 사건 - 2013.12.19


첫 번째 사건은 젖병을 배경으로 ‘일베 인증 손동작’을 찍은 후 “여자 젖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가끔 빨기도 한다”는 설명을 달았다가 직장에서 해고된 일베 회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필로 장문의 사과문을 써야했습니다.

당시 젖병 회사는 “고객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참담한 마음뿐”이라며 “미국 본사에 보고했다”고 알렸습니다. 본사 측은 답변 메일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손해배상 등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알렸습니다.

그는 이 같이 논란이 커지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지난해 젖병게이(게시판 이용자)다. 그 일로 인해 회사 잘리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그 와중에 여자 친구가 임신했는데 지울 돈도 없다. 지금 여관 화장실인데 있는 돈 다 쓰고 죽으려 한다.”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찢고 손동작 인증 일베 회원 검찰 송치 - 2013.12.19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었을 때 일입니다. 당시 고려대학교에 붙은 대자보를 찢은 후 손동작 사진을 게시판에 올린 일베 회원이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해당 대자보에는 작성자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누구의 소유물인지가 특정되므로 경제적 가치는 희박할지라도 재물이라고 봤다”며 재물손괴 및 모욕죄를 적용했습니다.

그는 고려대 재학생이 교내에 붙인 대자보를 두 차례에 걸쳐 훼손한 뒤 일베에 ‘자궁떨리노’라는 닉네임으로 일베 인증 손동작이 담긴 사진을 올리고 성적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일삼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폭도와의 전쟁” 일베 손동작 순경, 징계위 회부 피했지만 문책성 전보 - 2013.12.28


집회 참가자들을 ‘폭도’라고 지칭한 현직 경찰관이 전보조치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순경은 “어제 당직하고 오늘 퇴근 못하고 아침부터 동원됐다. 휴가 전부 취소다. 폭도와의 전쟁 얼른 마치고 집에 가고 싶다”는 글을 일베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독수리마크가 달린 경찰 모자 위에 일베 인증 손동작 사진을 함께 올려 문제가 커졌습니다.

당시 용산경찰서 감사실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자체 징계위에 회부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서 측은 해당 순경이 경찰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용산경찰서장 명의의 경고장 발부 및 전보조치로 마무리했습니다.

해당 순경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면서까지 일베에 손동작 사진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조사에서 “사이트 성격을 모르고 장난삼아 게시물을 올렸다”며 “1시간여 만에 자진 삭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할배 줍기잼” 쓰러진 할아버지 위에서 낄낄대며 ‘패륜’ 인증 - 2014.01.04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할아버지를 향해 일베 인증 손동작을 취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일베 게시판엔 ‘할배주웠다’라는 제목으로 할아버지를 조롱하는 학생들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이들은 PC방에서 쓰러진 할아버지를 걱정하기보다 ‘일베 인증 손동작’거리로 삼으며 ‘할배를 주웠다’고 표현했습니다.

이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사회적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살인 인증샷’ 자작극으로 경찰 수사력 낭비케 한 일베 회원 - 2014.06.15


일베 손동작과 함께 ‘살인 인증’ 사진이 일베 게시판에 올라 경찰이 진위 여부 확인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당시 한 일베 회원은 ‘긴급속보 사람이 죽어있다’라는 제목으로 “아침까지 술 먹고 자고 일어나서 눈뜨니까 사람이 죽어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습니다.

게시된 사진엔 여성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흰옷을 입고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여성의 머리 주변에는 붉은 액체도 흐트러져 있었고, 그 옆엔 치킨 조각과 깨진 화분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물론 일베 인증 손동작이 보이게 하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사진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 일베 회원은 “방송국 촬영장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준비하다가 찰칵한 것”이라며 “댓글 놀이하려고 했었다”는 글을 올리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력을 낭비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원고등학교 찾아가서 “흉가 들어왔다”
- 2014.07.13


한 일베 회원이 일베 인증 손동작을 취하면서 단원고등학교를 ‘흉가’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올라온 글을 보면 이 일베 회원은 야간에 단원고를 찾아가 “XX 으스스하다”고 글을 적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회원들은 “단원고 학생 유령 나오겠다” “물 근처 가지마라” “무덤 앞으로 끌려갈라 조심하라” 등의 조롱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밖에도 일부 회원들은 세월호 사고가 벌어진 직후 유가족들을 향해 “다 죽었을 게 뻔한데 보험금이나 타갈 것이지” “미개한 것들 위해 희생할 필요 없다” “현상수배-진도체육관에서 선동질하던 좀비를 잡읍시다” 등의 글을 올렸다가 모욕 혐의로 입건돼 처벌받았습니다.



단원고 교복에 어묵 들고 일베 인증 손동작 “친구 먹었다”… 결국 구속 - 2015.01.27


최근 일베 게시판에 단원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왼손으로 어묵을, 오른손으로 일베 손동작을 취하면서 ‘친구 먹었다’는 글을 남겼던 일베 회원이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은 혐오스러운 메시지에 일베 손동작이 더해져 논란이 컸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캡처돼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죠. 여기엔 “수장된 친구 살을 먹은 물고기가 어묵이 됐고, 그 어묵을 자기가 먹었다는 뜻”이라는 누가 봐도 충격적인 설명이 달렸습니다. 어묵은 일부 네티즌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바다 속에서 명을 달리한 단원고 학생들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이를 본 단원고등학교 교장과 일부 법조인, 그리고 시민들은 “꼭 잡아서 처벌해 달라”며 고소·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심적 부담을 느끼게 된 이 일베 회원은 결국 경찰에 자진 출석했습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추천을 많이 받아 ‘일간 베스트’ 글로 선정되고 싶은 마음에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단원고 교복을 구입해 해당 사진을 연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단원고 교복에 손가락 인증 또 올라… “필체 바꿔서 저격 못한다” 경찰도 비하 - 2015.01.28


‘세월호 어묵 비하 사건’이 터질 때 일베에선 오히려 손동작 인증이 더 많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일부는 경찰을 조롱하는 글을 남기기까지 하더군요.

한 일베 회원은 단원고등학교 마크와 학교명이 나타난 학생증 위에 ‘낚아서 밝아버리기. 필체 바꿨다 ^오^’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인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 회원은 단원고등학교 학생증 밑에 “하하 필체 바꿔서 저격 못한다. 저격당해도 뭐 떳떳하겠지만 ^오^ 일베 특례 막차 가능하냐? 여름에 인증했던 단원고 3학년이다 컴백 ㅍㄷㅊ?”라고 적어 놓은 사진도 올렸습니다. 역시 이들 사진에는 일베 회원임을 인증하는 손동작이 포함됐습니다.

그밖에도 일베 회원들은 경찰이 어묵 비하글을 올린 네티즌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착수했다는 소식에 ‘마녀사냥’이라거나 ‘국민정서법’이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어묵을 이용한 세월호 사건 희생자들에 조롱은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토크콘서트’ 테러범 출소 인증샷… 반성은 온데 간데, 오열사만 덩그러니 - 2015.02.05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린 오모(19·고교 3년)군은 일베 게시판에 출소 과정을 담은 글과 인증 사진을 올려 가중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오군은 지난달 초 일베 게시판에 ‘출소했다. terrorists’와 ‘구속썰을 풀어본다’라는 제목의 글을 잇따라 올렸습니다.

오군은 “익산의 열사니 의사니 말들이 많은데 폭죽 만들다 남은 찌꺼기로 연막탄을 급조해서 토크콘서트 해산 시키려고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시한부 선고받은 암 환자의 마음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궁금한 것 있으면 질문도 받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글을 본 일베 회원들은 “열사님 사랑합니다” “역대급 인증” 등의 댓글을 달며 좋아하더군요.

그러나 오군의 행동으로 얼굴에 화상을 입은 피해자 곽모(38)씨는 지난달 중순 오군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와 진정서를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에 제출했습니다.

곽씨는 진정서를 통해 “오군은 법원 재판정에서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며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석방되자마자 일베에 ‘인증샷’과 함께 자랑하듯 글을 올렸다”고 강조했습니다.

곽씨는 “법원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일베에 심취한 오군은 중대 범죄의 재범의 우려가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인 정신적 피해를 심각하게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곽씨는 마지막으로 “단호하고 엄격한 처벌만이 향후 재발할 수 있는 유사범죄들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라면서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히고 있는 오군을 다시 구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주지법 소년부(부장판사 홍승구)는 이 사건에 대해 “금고 이상의 처벌이 필요하다”며 정식 형사재판 청구를 요구하며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냈습니다.

오군은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8시 20분쯤 전북 익산시 신동 성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일명 ‘로켓 캔디’라고 부르는 인화물질을 터뜨려 2명에게 화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오군은 흑색화약과 황산을 불법으로 소지하고 콘서트를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장인 성당에 들어가 유리창과 바닥재를 부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일베 인증 손동작, 네오나치 깃발과 다르지 않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계명대 사회학과 임윤택 교수는 “일베의 반사회적 인증놀이는 이미 사회적으로 감내할 수준을 넘은지 오래”라며 “10대~20대 젊은이들이 손동작을 취하며 소속감을 얻고 있는 건 네오나치가 깃발을 들고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관용은 필요하나 반사회적 행위는 관용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어 “서구에서의 선례를 보면 극좌뿐 아니라 극우도 한 사회를 위험하게 만드는 징조”라며 “세계 경제 12-15위 규모의 한국사회가 이를 방치한다면 한국의 청년세대는 세계시민사회의 적극적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보다는 변방의 촌놈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들 중에서는 일베의 상징이 돼버린 손동작이 하고 싶어서 일부러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지 않았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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