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김동석 교수 “난치성 뇌전증 치료약 개발 가능해졌다”

세브란스병원 김동석 교수 “난치성 뇌전증 치료약 개발 가능해졌다”

기사승인 2015-04-12 10:12: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바닥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고 사지를 격렬히 떠는 질환, 뇌전증. 극단적인 묘사이긴 하나, TV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춰지는 뇌전증 환자의 모습은 이렇다. 뇌전증은 원인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그 중 기존 치료약을 복용해도 발작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난치성 뇌전증’이라고 부른다. 전체 뇌전증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그 수가 적지 않지만 이들에게 효과적인 약물은 아직 없다.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이 된 유전자와 치료약물을 찾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실험결과는 명성 높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지에 실리면서 ‘위대한 발견’임을 재확인시켰다. 연구의 주인공,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사진) 교수를 만나 연구내용을 자세히 들어봤다.

김 교수는 “다양한 검사를 통해 뇌전증 환자의 뇌 속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는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왜 이런 뇌구조가 됐는지는 그동안 알 수 없었다. 이번 연구가 의의가 있는 것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왜 이런 뇌 구조를 갖게 됐는지를 알게 한 최초의 연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치성 뇌전증, 그중에서 대뇌 피질 이형성증은 태아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가 완벽한 이동을 다 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면서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본래 자리에 있지 못하고 잘못 위치한 신경세포 때문에 신체에 명령이 잘못 내려지면서 ‘발작’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김동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시민 5000만 명 가운데 단 한 명의 방화범을 찾는 일과 같았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대뇌 피질 이형성증을 보이는 환자의 뇌 조직을 유전자 분석기술을 통해 하나씩 분류해 나갔다. 비슷하게 생긴 수만 명의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 믿고 범인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 결과 국소 대뇌 피질 이형성증에 의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에만 존재하는 1% 미만의 변이 유전자를 찾아냈다. 뇌 속 신경세포의 이동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돌연변이된 이동 유전자 때문에, 신경세포가 원래 존재해야 할 뇌 구역까지 이동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춰 뇌에 산발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고, 잘못된 위치에서 전기신호가 터지면서 비정상적인 발작을 보이는 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곧바로 발견한 뇌 속 변이 유전자가 실제 질병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변이 유전자를 안고 태어난 생쥐는 어느 정도 성장 후 사람과 유사한 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김 교수는 “발작을 일으키는 생쥐의 뇌파검사결과가 뇌전증 환자의 뇌파검사결과와 유사했다”고 말했다.

돌연변이된 세포 이동 유전자를 막는 약물은 이미 항암제 형태로 시중에 나와 있다. 김 교수는 항암제가 작용기전이 같은 만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도 치료효과가 보일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김 교수는 “질환은 다르지만 작용기전이 유사한 약물이 허가되어 나와 있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에게서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만 들어가면 치료약은 2∼3년 내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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