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요즘 국내 영화시장의 최고 화제는 단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입니다.
어벤져스2가 국내 영화 팬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배우(수현·두 번째 사진)가 출연했다는 것과 일부 장면을 마포대교, 강남대로 등 서울에서 촬영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안 그래도 교통 여건 안 좋은 곳에 사는 서울시민들은 ‘교통 통제’를 감수해야 했고,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Location Incentives) 지원제도’로 인한 39억원(예상)이라는 ‘공공재원’도 지출돼야 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촬영 협조를 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나왔고, 이럴 때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한국관광공사,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서울시 등이 제시한 명분이 ‘홍보효과 4000억원,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 2조원’입니다.
그런데 한두 푼도 아닌 어마어마한 액수가 대체 어떻게 도출된 걸까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홍보효과 4000억원은 ‘영화관 광고 대체(약 1566억원)+TV/비디오 노출(2205억원)+순수 Film Tourism 효과(약327억원)’입니다. 4098억원이네요.
한국관광공사는 ‘영화관 광고 대체’를 ‘1편 미국 상영스크린수 주단위 누계(37351) x 미국 영화관 30초 광고단가(1스크린/1주·40 US달러) x 광고단위(20분/30초·40) x 영화총매출/미국매출(1519백만 US달러/623백만 US달러)’의 공식으로 계산했습니다. 1억4628만9981 US달러로 한화 약 1566억원이 나옵니다.
미국 영화관의 30초 광고단가가 40달러라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촬영 당시 알려진 영화 속 우리나라 노출 시간이 20분이기 때문에 30초 광고 40개(1200초)로 봤고, 여기에 ‘어벤져스1’의 미국 상영스크린 수 주단위 누계와 총매출에서 미국매출을 나눈 걸 곱한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부가판권시장/영화관시장(4만8693 US달러/3만4580만 US달러)’를 곱한 ‘TV/비디오 노출’ 효과, 2012년 해외관광객실태조사와 방한로케 태국영화 ‘헬로스트레인저’ 관람객 수 및 방한객 수를 기준으로 1인당 평균 지출(1529.5 US달러)에 2만(명)을 곱한 ‘순수 Film Tourism 효과’를 더해서 홍보효과 약 4000억원(3억8287만4709 US달러)이 나온 거죠.
제가 홍보·마케팅 비(非)전문가라 오해와 왜곡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의 자료를 일단 그대로 옮기다보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어려우면 굳이 이해하려고 안 해도 됩니다. 여기부터가 진짜입니다.
이 자료를 한 마케팅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봐도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다는 건 느껴져 “미흡하다” 수준의 답변은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치명적인 오류를 지난 데이터이기에 더 볼 필요조차 없음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오류에 대한 설명을 한 후 “한마디로 검토해 볼 가치조차 없습니다”라는 말로 이메일 답변을 마쳤습니다.
그에 따르면 광고효과 측정에는 노출빈도에 따른 ‘MOT(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발생 구간의 정량적 계측이 필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인테리어 소품을 협찬한다면, 해당 소품이 주인공들에 의해 사용되거나 미션 해결에 중요한 도움이 돼야만 그 광고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겁니다. 단순 ‘뒤 배경’은 인지효과가 없고, 편익 혹은 감성 소구점이 녹여져 있어야 하는 거죠.
영화라면 ‘미션임파서블4’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이나 ‘루시’의 차량 창문에 한국어가 나오고 뭐냐고 물어보는 이에게 주인공이 “한국어야”라고 말하는 신(Scene) 같은 ‘차별화 포인트’가 나와야 합니다.
이 전문가는 “광고는 그야말로 MOT 구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메시지 집약 미디어”라며 “이를 단적인 장소 협찬 노출과 동일 시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영화총매출/미국매출’ 부분은 정말 어이가 없다. 미국 내 극장 광고 단가와 전 세계 극장 광고 단가가 동일하다는 얘기인가”라며 “따라서 다른 항목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며 혀를 찼습니다.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한 이유는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 2조원’도 ‘홍보효과 4000억원’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산업정책연구원 국가브랜드 가치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가치는 1조9123억5000만 US달러이고, 어벤져스2로 인한 가치 상승효과는 여기에 0.001을 곱해 19억1200만 US달러(2조472억원)가 나온 거죠. 그런데 0.001을 곱한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1% 올리는데 글로벌 기업 40개의 인지도를 1% 높이는 수준(약 20억 달러)의 수준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지난해 서울 촬영 당시 4000억원을 환율로 적용하면 3억5800만 달러 정도입니다. ‘2000:1=358:*’으로 했을 때 어벤져스2로 인한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0.1~0.2%로 계상한 겁니다. 여기서 이 전문가는 “정말 대충 계산 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홍보효과 부분에서 이미 ‘치명적 결함’을 범했기 때문에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도 틀린 거죠.
물론 홍보효과나 브랜드 가치 상승은 본질적으로 ‘무형적’이기 때문에 다른 근거로 도출해 냈어도 “이게 정확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전세계 팬들이 보는 영화의 촬영 장소라는 점만으로도 돈으로 나타낼 수 없는 잠재적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홍보효과 400억원,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 2조원’은 문체부, 서울시, 영진위, 한국관광공사 등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소통’의 수단이었습니다.
그것이 알고 보니 업계에서 당연히 여기는 ‘필수’ 요건마저 무시해 버린 결과물이었다는 건 세금 내는 시민을 우롱하거나 만만히 봤다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어벤져스2’라는 영화 자체를 폄하할 의도가 아닙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2’는 2일 하루에만 전국 1627개 스크린에서 82만6676명을 동원했다고 하죠. 분명히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을 가진 영화입니다. 그리고 로케이션 자체로 한국 영화시장의 달라진 위상을 느끼게 해 준 영화입니다. (이것마저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제도 때문 아니냐고 굳이 깎아내리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여기까지였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 천문학적인 홍보효과와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을 가져다주는 영화라는 특별함은 뺐으면 합니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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