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살해해도 무죄… 전례 없는 ‘상윤이 사건’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살해해도 무죄… 전례 없는 ‘상윤이 사건’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기사승인 2015-05-20 14:07: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어이없이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어머니의 억울함은 풀 수 없는 것일까요. 부산의 한 사회복지관 건물 3층에서 발달장애인이 두 살배기 상윤(2)이를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안정희(38)씨의 눈시울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관계 기관과 가해자 부모 측의 책임 떠넘기기에 시달린데 이어 1심 재판에서 ‘무죄’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부산지법 제7형사부(부장판사 이훈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19)군에게 지난 18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안씨 측에서 제기한 치료감호청구와 부착명령청구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살해행위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발달장애 1급인 이군은 심한 자폐증세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안씨 측과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입니다.

이 판결이 나오자 과거 안씨가 블로그를 통해 올린 ‘상윤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다시 인터넷에 확산됐습니다. 안씨는 이 글을 통해 “아이가 죽었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안씨의 진술과 경찰조사·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4시30분쯤 부산 사하구 모 사회복지관 3층 치료실 복도에서 발달장애 1급 이군이 복도에서 놀고 있던 상윤이를 데리고 나와 건물 외부 비상계단에서 들어 던졌습니다. 9.2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상윤이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시간 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공개된 사건 당일 CCTV에는 복지관 문 고리를 잡고 놀고 있는 상윤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이군이 다가와 상윤이의 손을 잡고 복도로 데려갔습니다. 곧이어 다급하게 복도를 달려가는 안씨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사건을 목격한 안씨는 “이군이 아이를 두 손으로 들어 난간 밖으로 내놓은 채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이를 집어 던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씨는 ""깨진 아이의 머리를 붙잡고 피를 닦아주는 것 밖에 없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안씨는 “만 18세 발달장애 1급 장애인이 아기를 던져 죽인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없었던 사건”이라며 “이군 부모와 장애인 활동보조인 측에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모두들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발달장애인 이군에게만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안씨가 공개한 부산 사하구청의 답변서 역시 뚜렷한 책임소재를 찾기 힘든 현실을 보여줍니다. 사하구청 측은 답변서를 통해 “활동보조인이 자신이 보호해야 할 대상자가 아닌 자를 보호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현재의 근무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진행 중인 수사결과 및 사법적 판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의례적인 말이 뒤따랐네요. 책임 여부는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재판 결과가 나온 다음날 안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죄판결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며 “분명 가해자가 있는데 정신지체장애아라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선고받아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안씨는 “분별없는 사람이 아무런 제재·보호·감시 없이 돌아다니다가 (아이가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군의 부모조차도 지금 우리한테 아무런 사과를 하지도 않고 오히려 떳떳하게 변호사를 선임해서 그 아이의 무죄를 선고받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더 힘들고 화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씨는 “가해자의 부모가 사과를 하지 않았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전혀 안 했다. ‘이군을 키울 때 너무 힘들었다. 이해해 달라’고만 했다. 그들은 상윤이의 죽음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일부 매체는 “이군의 부모가 죽고 싶은 심정으로 안씨를 수차례 찾아 사과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온전한 사실이 아니었던 겁니다.

전례가 없는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이군에 대한 보호·관리 의무가 있었던 활동보조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안씨 역시 “활동보조인이 자신이 돌봐야 할 이군을 돌보지 않았다”며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군의 활동보조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기에도 모호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활동보조인에게 일부 책임을 물을 순 있지만, 발달장애인이 ‘아이를 집어던질 정도의 사고를 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게 이유입니다.

네티즌들은 위로와 격려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처벌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례 없는 일로 아들을 잃은 안씨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줄 방법이 막막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색안경이 더 심해질까 봐 우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가슴이 미어진다”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왜 치료감호까지 기각됐느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남의 일 같지 않다” “이군의 부모와 활동보조인에게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 안씨를 위로하는 댓글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해도 안씨의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순 없을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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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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