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자 이에 따른 세수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세수를 활용해 ‘국가 무료 5대 암 검진’에서 폐암 검진도 필수 항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폐암학회의 주요 교수들은 입을 모아 “담뱃값 인상에 따르는 세수가 확충이 된 만큼, 금연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폐암 검진 역시 5대 암 검진 항목에 넣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암 치료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5대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한해서만 국가 무료 암 검진 및 치료비를 지원한다. 폐암은 흡연과의 연관성이 상당히 높은 암이며, 한국인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 5대 검진에 폐암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숙환 대한폐암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은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급증하고 있고 특히 한해에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생하는 수가 약 1만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5대암에 폐암도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문준 폐암학회 이사장(충남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은 “정부의 금연정책은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가에서 폐암에 대한 조기진단을 위해 저선량 CT 검진을 의무화하면 암발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폐암과 관련된 저선량 CT 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근거 자료가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폐암 검진에 저선량 CT 검진을 권고하도록 명문화 했다. 조 이사장은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30갑년(30년동안 매일 1갑씩 피운 것을 뜻함) 이상 흡연한 자 혹은 금연 후 15년이 경과되지 않은 55∼80세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1년마다 저선량 CT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2011년 미국 국가폐암검진연구(NLST)에 따르면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검진으로 사망률이 20% 가량 감소시켰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폐암검진 권고안(초안)’을 통해 폐암검진에 대한 진료지침이 나왔다. 그동안 국립암센터는 관련 학회의 추천을 받아 폐암검진 권고안 개발을 위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 문헌고찰에 기반한 폐암 검진 권고안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이 보고서에는 ‘30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인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를 매년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의료계는 정부가 주요한 조세 수입원인 담뱃세를 잠정적 폐암환자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과거에 담배회사를 키워준 만큼, 금연 정책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담뱃세 인상과 더불어 정부가 금연시도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정작 늘어나는 세수를 적정한 곳에 쓰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폐암 발병이 높은 사람들, 금연 시도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저선량 CT검진을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5조원의 세수 중 1000억원만이라도 잠정적으로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사용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