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강남의 한 종합병원 의사가 대형 행사에 참석하며 15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메르스에 노출됐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해당병원이 확진환자 발생 우려 속에서도 국내 의료진을 비롯한 해외석학 의료진들이 참석한 국제심포지엄을 원안대로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서울 거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지난달 30일 1565명이 참석한 재건축 조합 행사에 나갔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에 따르면 지난 1일 확진 판정된 35번째 환자는 14번째 확진환자와 접촉한 삼성서울병원 의사 A씨로 지난달 29일 경미한 증상이 시작됐고, 30일 증상이 심화됐다. A씨는 29일 병원근무 이후 자차로 자택으로 귀가했고, 30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6~7시경 가족과 가든파이브에서 식사 후 오후 7시~7시30분 양재동 L타워에서 1565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후 귀가해 자택에 머물렀다. 31일 오전에는 병원 심포지엄에 다시 갔다가 몸이 안 좋아 귀가했고, 오후 9시40분 모 병원에 격리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째 확진환자인 의사 A씨가 보건당국의 통제 밖에서 1500여명이 넘는 시민들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 별도의 방역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병원은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행사를 원안대로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은 A씨가 본격적으로 메르스 증상인 발열 기침, 가래 등이 나오기 시작한 날이다. 또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14번째 확진환자는 3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서울시의 발표대로라면 A씨는 30일 국내 의료진들이 참석한 병원 심포지엄 행사에도 참석했으며, 31일 오전 병원 심포지엄에 방문했다. 30일에는 국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혈관심포지엄이 개최됐다. 31일에는 이 병원 본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거 참여해 최신지견을 논의했다. 이날 해외의료진들은 이 병원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환자들이 있었다는 것 조차 몰랐다. 행사에 참석한 국내 개원의,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국내 의료진 뿐 아니라 해외의료진까지 메르스 감염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A씨가 30일 각종 행사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31일 국제심포지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31일 아침부터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9시에서 10시 사이에 예정된 심포지엄도 신청만 해놓고서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14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35번째 의료진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병원에서는 내부 의료진에게 별다른 의견 공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35번째 확진환자인 의사 A씨가 스스로 의심환자라는 것을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었다. 병원의 각종 행사에도 A씨가 참석했을 경우 국내 의료진 뿐 아니라 해외 의료진까지 심각한 범위로 메르스가 퍼질 우려도 있었다. A씨가 의사로서 자가진단을 하고 확진 가능성을 파악하지 않았다면, 그와 접촉한 가까운 의료진, 행사 참여자 뿐 아니라 병원 내 환자들, 직원까지 모두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편 병원 관계자는 “의사 A씨가 메르스 확진을 받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어쩔 방도가 없었다. A씨가 국제행사에 참석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