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부산대 이어 홍대서도 ‘일베 교수’ 논란… ‘정치 편향성’ vs ‘표현의 자유’

[친절한 쿡기자] 부산대 이어 홍대서도 ‘일베 교수’ 논란… ‘정치 편향성’ vs ‘표현의 자유’

기사승인 2015-06-13 05:10:55
SBS 방송 캡처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전라도 비하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핵심코드인 ‘일베 문화’가 대학 강단에까지 진출한 것일까요. 부산대의 한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이 조작인 증거자료를 찾아오라는 과제를 즉흥적으로 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홍익대의 한 교수도 시험문제를 내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문구를 넣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산대 총학생회와 인문대·철학과 학생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우원 교수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학생들은 “최 교수가 커리큘럼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성향만을 강요하는 내용으로 수업했다”면서 “학점을 볼모로 정치적 신념을 강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협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부산대 커뮤니티 게시글에 따르면 지난 4일 최 교수가 수업 중에 ‘노무현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자 한 학생이 “실제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최 교수가 “인터넷에 찾으면 근거자료들이 다 나온다. 내가 굳이 지금 찾아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런 자료는 너희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며 문제의 과제를 즉흥적으로 냈습니다.

이후 학생들은 최 교수의 일베 활동을 포착했습니다. 최 교수는 학교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일베에 ‘종북세력의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부산대 학보인 ‘부대신문’ 2012년 11월 12일 자에 따르면 최 교수는 철학과 전공필수 ‘형이상학’ 수업과 교양선택 2영역 ‘문명, 종교, 인간의 이해’ 수업에서 “종북 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과제를 난 후 해당 과제를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운영하는 사이트 ‘조갑제닷컴’에 올리게 했습니다. 또 비슷한 내용을 형이상학 중간고사 문제로 출제하고 같은 해 8월에는 철학과 조교 채용 면접에서 면접자들에게 ‘종북 좌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시 부산대는 최 교수에게 3개월 정직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총학생회 등은 학교 측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 사태에 대학 본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은 대학 본부를 찾아 김기섭 부산대 총장에게 직접 항의서한을 전달했습니다. 김 총장은 “최 교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하는 등 다각도로 해결방법을 고민 중이다. 진상 조사를 먼저하고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홍익대에서도 류병운 법대 교수가 영미법 과목 시험문제에 전직 대통령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문제의 지문 중 일부입니다. 학생들이 ‘노골적인 비하 의도’라고 비판하는 문항은 45개 문항 중 3개입니다.

- Roh was 17 year old and his I.Q of 69. He suffered brain defective resulted from his jumping from Rock of Owl when he was six.

- Mong, owner of H shopping center, leased a space to Dae-Jung Deadbeat so Dae-Jung Deadbeat open a small restaurant, "Black Mountatin lsle" to sell raja-kenojei("hong-o") food.

- He lived with his brother, Bongha prince, in a house which had been left to Roh by his parents.


이를 보면 한 문항에서 노 전 대통령(Roh)은 6살 때 ‘owl rock’(부엉이바위)에서 떨어져 지능지수 69인 인물로 묘사됐습니다. 부엉이바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장소입니다.

다른 문항에선 ‘노 전 대통령의 형 ‘Bongha prince’는 동생에게 물려받은 집을 내게 팔지 않으면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협박해 매매계약을 받아냈다’며 ‘노가 이 계약을 취소하고 싶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또 다른 문항은 김 전 대통령 이름 뒤에 ‘Dae Jung Deadbeat’을 붙였습니다. ‘데드비트’(deadbeat)는 빚을 떼먹으려는 사람 혹은 게으름뱅이 등의 뜻을 가졌죠. 이 문제에서 김 전 대통령은 ‘Mong’(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인물로 묘사되는가 하면 ‘hong-o’(홍어)를 파는 ‘Black Mountain isle’(흑산도) 식당 주인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홍어는 일베에서 전라도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말입니다.

이 논란은 지난 9일 교내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홍익인’에 “류병운 교수님 시험 불쾌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 학생은 “류 교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분이 아닌 건 알고 있다”면서도 “시험 과목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으로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지 모르겠다”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많은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의 비난이나 조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류 교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이 홍어를 좋아했기 때문에 특별히 나쁜 풍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표현에 대해서는 “지능지수가 낮다는 것이 (계약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속에 함정을 파놓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류 교수는 오히려 “시험 문제가 외부에 공개돼선 안 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며, 45개 문제 중 일부 지문을 갖고 공격하고 있다”고 학생에게 탓을 돌렸습니다.

류 교수는 “다른 대통령도 문항에 등장했다”며 “나의 교수법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시험문제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비유 없이 건설업자로, 박근혜 대통령은 비유를 생략한 채 한 차례만 언급됐습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11일 “류 교수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총학생회는 “류 교수는 이전에도 치적 색깔이 섞인 문제를 줄곧 출제해왔다”며 “이에 반발한 학생들의 비판과 학생회장단과의 면담에서도 시종일관 ‘자신만의 교수법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함이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총학생회는 이어 “류 교수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며 “학교 측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어찌 된 게 일베 성향을 보이는 교수와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대치하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더 빨리 공론화돼야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생들을 평가한다는 ‘갑’의 지위를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는 교수가 일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처럼 논란이 될 만큼 수위가 높지 않다면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교수의 정치성에 맞춰야 할 수밖에 없었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씁쓸한 상황이 조금은 개선되길 기대해봅니다.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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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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