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도 ‘아몰랑?’…“우국 몰라” 해명에 네티즌 “너무 실망”, 이응준 “기어이 반성 못하는 문단”

신경숙도 ‘아몰랑?’…“우국 몰라” 해명에 네티즌 “너무 실망”, 이응준 “기어이 반성 못하는 문단”

기사승인 2015-06-17 17:00: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한국 문단계의 ‘거목’ 신경숙(52) 작가가 표절 의혹 관련 입장을 내놨지만 대중의 실망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다.

표절 의혹 대상 작품인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1925∼1970)의 단편 ‘우국’을 모른다는 해명에 인터넷에서는 신 작가를 향한 비난과 조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신 작가는 17일 ‘전설’의 출간사인 창비를 통해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오래 전 (해당 작가의)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라며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작가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의혹이 제기된 두 작품의 부분은 일부 문장들 외에도 ‘건강한 육체→격렬한 밤→흙먼지→아내(여자)를 쓰러뜨림→첫날밤 후 여자의 변화(기쁨을 아는 몸)→남자(중위)가 기뻐함’의 순으로 소재의 ‘배열’까지 같기 때문이다. 도저히 우연이라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우국을 번역한 김후란(81·문학의집 서울 이사장) 시인도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부분만 가지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구절은 우연히 겹치는 선을 넘어선다”면서 “(신 작가의) 관련 소설 구절이 내 번역본의 표현과 같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원작의 지문과 흡사하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신 작가의 입장을 소개한 기사에는 신 작가를 비난하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달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그냥 인정해라” “메르스 사태만 아니었으면 정말 큰 사건이 됐을 것” “(신경숙도) 아몰랑” “너무 실망해서 마음이 아프다” “(해명 기사를 보고 나니) 제가 샀던 당신의 모든 책을 환불 받고 싶을 지경”이라는 등의 반응을 올리고 있다.

한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고문을 통해 신 작가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응준 시인 겸 소설가는 1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이라고 신 작가의 입장을 본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이 제기한 표절 의혹의 해당 부분 두 작품 비교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 먼지 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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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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