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VS 삼성, 불량 기기 책임 떠넘기기 애꿎은 소비자만 ‘생고생’

KT VS 삼성, 불량 기기 책임 떠넘기기 애꿎은 소비자만 ‘생고생’

기사승인 2015-07-28 15:47: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KT에서 산 삼성 스마트폰이 불량이어서 환불을 받을 경우 애꿎은 소비자만 고스란히 위약금을 물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간의 문제로 인해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부산에 사는 A씨(42)에 따르면 지난 1월 출고가가 95만7000원인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를 KT 대리점에서 공시지원금 25만원을 받아 70만7000원에 구입했다. 그런데 블루투스 기능에 결함이 있어 수차례 AS센터를 찾는 불편을 겪어야 했고, 메인보드까지 교체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삼성전자 측은 지난 6월 환불을 결정했다.

이후 김씨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여야 했다.

삼성전자 측은 ‘규정상 고객이 거래 당시 실제 지불 한 실금액만 환불된다’면서 공시지원금 25만원을 제외한 70만7000원만 보상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KT에선 A씨가 공기계를 구입해 기기변경으로 재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약정기간 24개월을 채우지 못했다’며 위약금으로 19만8000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요약하면 A씨는 불량 기기를 구입했다는 죄목(?)으로 제조사로부터 공시지원금을 제외한 단말기 값을 환불받은 후 이통사 측엔 공시지원금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내야 해 가만히 있으면 20만원 상당을 손해 보게 됐다.

A씨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KT에 전화하면 제조사의 정책이 문제라고 말하고 삼성전자에 전화하면 ‘영수증에 적힌 가격이 환불 기준’이라고 돼 있는 소비자 기본법까지 끌어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겪은 사례를 공시지원금이 높은 단말기에 적용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현재 KT는 갤럭시노트3의 지원금을 출고가와 같은 88만원으로 책정했다. 할부원금은 0원이 된다. 양사의 정책대로라면 갤럭시노트3가 불량이 날 경우 소비자는 삼성전자로부터 0원을 환불받고, KT 측에 지원금으로 받은 88만원을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A씨는 “소비자보호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민원을 제기하자 그제야 양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A씨는 끈질기게 항의한 끝에 지난 23일 삼성전자로부터 출고가에 해당하는 95만7000원에 전용케이스 4만9300원까지 모든 금액을 환불받았다. A씨는 그보다 앞선 7월 초 KT에 위약금 19만8000원을 냈다고 전했다.

A씨는 “KT와 삼성전자 간 조율이 안 돼 생긴 문제로 소비자가 왜 손해를 보고 이런 생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판매점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유독 두 회사가 엮이면 소비자가 손해를 떠안는 구조가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단말기에 결함이 있어 환불할 경우 다른 이통사들은 위약금을 면제해주는데 KT만 위약금을 받고 있어 문제가 불거졌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른 이통사들은 위약금을 안 받고 있다”며 “이통사들의 정책이 제각각이다. 제조사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텔레콤 관계자는 “제조사에서 기기 불량이라고 인정한 경우 발생한 위약금은 면제처리해 주고 있다”며 “이 같은 사례가 흔치 않아 고객 권익보호 차원에서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고객에게 책임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고객이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한 만큼 이통사에서 위약금을 면제한 후 제조사 측과 협의해야 할 부분으로 봤다.

그러나 KT는 “법률적인 검토를 받은 결과 제조사 측에서 출고가로 보상해주는 게 맞다”며 “그들의 셈법대로라면 출고가에 상응하는 공시지원금이 책정돼 할부원금 0원인 기기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는 0원을 보상하게 되고 이통사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원칙적으로 이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새 단말기를 구입할 때 이통사가 지원금을 다시 제공해야 한다”며 “이는 이용자 차별 문제를 부를 수 있고 소비자가 악용할 수 있는 여지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KT와 삼성전자가 조율을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임에도 각자의 논리만 내세우는 통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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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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