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아직 유감이 남았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박 4일’ 43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의 유감 표시를 놓고 인터넷이 달아오르고 있다. 북한의 유감에 여론이 유감인 모양새다.
남북은 25일 오전 0시55분쯤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6개항으로 이뤄진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북측은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또 최근 발령한 준전시상태도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이날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도 다음달 초에 갖기로 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도 빠른 시일 내에 서울이나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새벽에 전해진 극적인 타결 소식이었지만 이날 오전부터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유감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과와 재발방지 문구가 없다’ ‘지뢰폭발이 누구 소행인지도 없다’ 등의 날선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이 정도면 잘한 협상’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내지 않았나’ 등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는 유감의 사전적 의미를 언급하는 게시물도 쏟아졌다.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정치 패널들도 유감 해석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앞서 김관진 실장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며 “북한의 목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는데 (북한의 도발) 재발방지와 연계시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여러 가지 함축성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 당국이 고위급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근 조성된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합의에 도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김관진 실장이 합의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뢰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합의문과 다른 발표를 한 것은 합의결과에 대한 왜곡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회담 상대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표명한 강경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에 대해선 해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남북의 합의를 환영한다”면서도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과장되게 말씀하셨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렇게 되면 북한도 건군 70년을 앞두고 ‘김정은 띄우기’에 회담을 활용하고 제대로 내용을 밝히지 않고 북한측 주민들의 선군 행동에 대해 저희가 할 말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