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도 잡는다' 천식치료제의 변신

'저혈당도 잡는다' 천식치료제의 변신

기사승인 2015-08-28 09:28:01
"흡입형 기관지 확장제 '포르모테롤', 제1형 당뇨병 혈당 관리 혜택

[쿠키뉴스] 천식 치료를 위해 승인된 흡입형 기관지 확장제 포르모테롤(formoterol)이 제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에서도 뚜렷한 혜택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해당 환자의 고혈당 발생을 막으면서도 치료 후 문제가 되는 저혈당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Diabetes Care 7월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예일의대 내분비학과 Renata D. Belfort-DeAguiar 박사팀의 이번 예비연구 결과가 눈길을 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혈당을 예방하는 방법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베타 2 아드레날린 수용체 항진제인 포르모테롤이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유용한 옵션으로 가능성이 점쳐진 것.

물론 흡입형 기관지 확장제를 이용해 저혈당 예방효과를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일 기전을 가진 터부탈린(terbutaline)도 야간 저혈당증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연구된 바 있다. 그러나 투약 후 다음날 아침에 고혈당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돼 연구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는 포르모테롤에서 확인된 긍정적인 결과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Belfort-DeAguiar 박사는 "포르모테롤은 터뷰탈린보다 베타 2 수용체에 특이적인 작용을 나타내며 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거나 시상하부 배내측의 베타 2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인슐린이 포도당 합성을 막는 과정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또 흡입형 제제인 포르모테롤은 이미 천식의 급성 치료제로 승인돼 동맥순환에 신속하고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적인 치료제라고 강점을 강조했다.

한편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 사용되는 포르모테롤은 장시간 지속성을 가지는 선택적인 작용제로 기도 평활근을 확장시킨다. 현재는 흔히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함께 사용된다.

◇인슐린 길항호르몬에는 영향 적어

발표된 데이터는 당뇨병 환자에서 천식 치료제를 사용한다는 임상적용의 한계상 참여자 수가 많지 않은 환자 대조군 연구였다. 두 세트로 진행된 연구에는 먼저 7명의 제1형 당뇨병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7명)이, 두 번째 연구에선 5명의 해당 환자가 등록됐다.

비교 연구결과는 명확했다. 흡입형 포르모테롤은 급성 저혈당 예방이나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제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다.

첫 연구에선 흡입형 포르모테롤 48mg 또는 위약을 포도당 클램프기법(hyperinsulinemic hypoglycemia clamp)을 시행하기 이전에 투약했다. 또 해당 환자들에 인슐린을 계속 정맥 내로 투약하는 동시에 포도당 20%를 주입해 30분간 혈당을 95~100mg/dL 수준으로 유지토록 했다. 이후 혈당이 한 시간 동안 저혈당 범위(50~58mg/dL)까지 떨어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자 결과는 판이하게 갈렸다. 건강한 대조군에선 포르모테롤이나 위약 모두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포르모테롤 투약군(106mg/dL)이 위약군(91mg/dL)보다 혈당수치가 높게 유지됐다(P=0.02).

더불어 포르모테롤 투약군은 건강한 대조군과 제1형 당뇨병 환자 모두에서 10~15분가량 저혈당 발생을 지연시켰지만, 마지막 30분께는 양쪽 모두 저혈당(55~58mg/dL) 범위까지 감소했다.

◇인슐린 길항호르몬에는 영향 미미, 혈당 일정하게 조절 땐 맥박수 상승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이 포착됐다. 포르모테롤은 에피네프린, 글루카곤, 코르티솔, 성장호르몬 등과 같은 인슐린 길항호르몬들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혈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혈당이 일정하게 조절되는 상황에선 맥박수가 상승했다.

두 번째 연구결과에선 뚜렷한 저혈당 예방 효과가 관찰됐다. 5명의 제1형 당뇨병 환자가 흡입형 포르모테롤 48mg 혹은 위약을 투여받았고 기저 인슐린 주입량을 한 시간 동안 2배로 높였다.

결과에 따르면 대조군에서 1시간 만에 혈당수치(58mg/dL)가 저혈당 범위까지 떨어진 것과는 달리 포르모테롤 투약군에서는 이보다 혈당이 2배 높았다(P<0.05). 더욱이 포르모테롤 투약군에선 해당 증상이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특히 대조군 환자 3명은 위약 투약 후 혈당이 55mg/dL 이하로 떨어져 저혈당을 막기 위해 포도당 투약을 필요로 했지만, 포르모테롤 투약군에선 포도당 20% 주사치료가 더이상 필요치 않았다.

이와 함께 연구가 종료되는 시점에 포르모테롤 투약군은 대조군에 비해 에피네프린 농도가 다소 낮았지만, 노르에피네프린이나 글루카곤의 농도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P=0.05).

◇저혈당, 치명적 심혈관질환과 관련 깊어

이렇듯 기관지 확장제까지 이용해가면서 저혈당 예방효과를 평가한 이유는 무얼까?

연구를 주도한 Belfort-DeAguiar 박사의 설명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저혈당은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저해하는 가장 큰 위협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 중 발생한 저혈당은 해당 환자의 이환율, 그리고 사망률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슐린 치료 등 당뇨약을 사용하는 환자에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빈번히 거론된 것은 다름 아닌 저혈당증이었다. 저혈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CVD)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8년 만에 개정된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미국심장협회(AHA) 공동성명서에서도 혈당 조절 파트에선 저혈당증과 CVD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집중 조명했다. 이는 저혈당 정도에 따라 CVD 발생위험이 2~4배까지 증가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

CVD 위험인자로 거듭 강조된 저혈당증은 대부분의 해당 당뇨병 환자서 혈당관리 전략을 제한하는 동시에 인슐린 치료 시 부담이 되는 가장 대표적인 이상 반응이다. 관건은 인슐린 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에서 저혈당 위험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

특히 인슐린 치료를 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저혈당증의 전체 발생률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약 3분의 1 수준에 해당된다는 것이 학회의 의견이다.

◇"장기적 사용 효과 결론짓기엔 이르다"

관건은 저혈당 조절이다.

지난 2007년 공개된 영국저혈당연구그룹(UK Hypoglycemia Study Group)의 '제1형과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양상과 기간을 통해 저혈당 위험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Diabetologia 2007;50:1140-1147).

인슐린 치료를 5년 미만 혹은 15년 넘게 받은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선 중증 저혈당의 발생이 100인년(patient years)당 각각 110건, 320건 발생했고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치료를 2년 미만 5년 넘게 시행하자 저혈당이 각각 10건, 70건 발생했던 것.

국내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기관지 확장제를 이용한 저혈당 예방관리 전략이 시도되는 상황이지만, 해당 환자에서 포르모테롤의 장기적 사용과 관련해 혈당조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jhwon@monews.co.kr"
송병기 기자
jhwon@monews.co.kr
송병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