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쓰러졌다. 미국 프로야구 데뷔 시즌을 화려하게 보내고 있던 와중에 큰 부상이다. 시즌 아웃에 메이저리그 데뷔 첫 포스트시즌 출전도 무산될 전망이다.
강정호는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4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했고 1회초 수비 때 병살 플레이를 하려다 왼쪽 무릎을 다쳤다. 컵스의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은 강정호가 공을 제대로 1루에 던질 수 없도록 2루 베이스가 아닌 강정호의 왼쪽 무릎을 겨냥해 슬라이딩했다. 코글란의 오른쪽 다리에 왼쪽 무릎을 그대로 받히면서 강정호는 이내 비명과 함께 쓰러졌고 그대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미국 ESPN은 “피츠버그 신인 강정호가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강정호는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즌 아웃은 물론 내년 시즌 복귀 시점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코글란을 감쌌다. 에이전트 엘런 네로를 통해 “운이 나빠 부상을 당했을 뿐이다. 코글란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다.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걱정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강정호 부상에 피츠버그 팀 동료들도 깜짝 놀랐다. 부축을 받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강정호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피츠버그 간판 스타인 앤드류 맥커친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동료 강정호를 위해 기도한다. ‘친구’ 어서 나아라. 우리는 믿는다”고 밝혔다. 맥커친은 ‘친구(Chingu)’라고 적었다.
사건을 일으킨 코글란은 강정호에게 위로를 건넸다. 코글란은 “불운한 상황이었다. 강정호가 다친 것이 싫다. 정말 그렇다”며 “강정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 부상당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는다. 동시에 누구나 열심히 경기해야 한다”며 강정호 부상이 고의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조 매든 컵스 감독은 코글란의 플레이에 대해 “열심히 잘한 야구 플레이였다”고 평가했다.
이제 관심은 피츠버그가 강정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인지 여부로 쏠린다. 강정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 15홈런 58타점 60득점 출루율 0.355 장타율 0.461 OPS 0.816을 기록중이었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에 꼽힐 정도로 루키 시즌 공격력이 빛났다. 2루수와 유격수, 3루수를 가리지 않는 멀티 포지션 장점도 있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선발 출전했을 때 63승 40패 평균득점 4.5점을 올렸다. 강정호가 선발 출전하지 않았을 때는 24승 19패 평균득점 3.8점에 그쳤다. 강정호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피츠버그 지역지 트립라이브는 컵스전 6대9 패배 소식을 전하며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강정호 공백에 따른 피츠버그의 전력 약화를 우려했다. 이어 “지금부터 치르는 원정 10연전이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경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정이기 때문에 강정호의 부상 정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NL 중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는 피츠버그는 3위 컵스와의 격차가 2경기에 불과하다.
강정호 부상이 NL 와일드카드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