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글란 “강정호 부상 때문에 한국인에게 살해 협박 받았다… 합법적 슬라이딩, 양심 가책 안 느껴”

코글란 “강정호 부상 때문에 한국인에게 살해 협박 받았다… 합법적 슬라이딩, 양심 가책 안 느껴”

기사승인 2015-10-13 09:44: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포스트시즌 출전을 좌절시킨 크리스 코글란이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13일 미국 USA 투데이에 따르면 코글란은 “(강정호를 다치게 한 이후) 살해 협박을 많이 받았다”며 “한국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 그랬다. 감내하기 어려웠고,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강정호는 지난달 18일 홈 경기 병살플레이 수비 상황에서 코글란에게 슬라이딩을 당해 왼쪽 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열판 파열, 정강이뼈 골절이 겹쳐 시즌아웃 됐다. 그대로 시즌을 마감한 강정호는 첫 포스트시즌 출전도 무산됐다.

코글란은 “(강정호) 팬이라면 아마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한 선수의 팬이라면 누구나 그 선수가 다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특히 나라 전체의 응원을 받는 선수라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때 내 슬라이딩은 비열하지 않았다. 완전히 합법적이었다. 슬라이딩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가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슬라이딩을 피해 점프를 하거나 비켜주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강정호의 책임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USA 투데이는 코글란 슬라이딩 사건과 매우 유사한 LA 다저스 체이스 어틀리의 슬라이딩도 다뤘다. 어틀리는 11일 뉴욕 메츠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 7회말 1사 1·3루에서 하위 켄드릭의 2루수 앞 땅볼 때 2루 베이스 근처에서 거친 슬라이딩을 했다. 어틀리의 발은 2루 베이스를 커버하던 메츠 유격수 루벤 테하다의 종아리를 향했다. 테하다는 오른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메츠 구단은 어틀리 슬라이딩에 대해 비열한 플레이였다고 반발했지만, 다저스는 단순히 공격적인 플레이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논란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어틀리에게 디비전시리즈 3, 4차전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발표하면서 더욱 커졌다.

조 토리 메이저리그 사무국 부사장은 “어틀리가 의도적으로 테하다를 공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비 방해에 대해서도 심판진이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어틀리의 행동은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섰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명시한 ‘야수 보호를 위한 행동’에도 어긋났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토리 부사장은 “내야수 보호를 위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어틀리는 즉각 반발하며 항소했다. 어틀리 에이전트 조엘 월프는 “정당한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 왜 두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리는가. 거의 모든 선수가 병살타를 막고자 어틀리와 비슷한 주루를 한다”라며 “어틀리는 진심으로 테하다의 부상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어틀리의 슬라이딩에 고의성이 없다는 걸 알지 않는가. 우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결정에 항소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ESPN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 “부상을 야기하는 주자의 거친 2루 슬라이딩을 용인해야 하는가”라며 논평을 쏟아냈다.

USA 투데이는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에게 어틀리 슬라이딩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매든 감독은 강정호를 시즌아웃 시킨 코글란 슬라이딩에 대해서 “100년 동안 계속 됐던 야구에서의 좋은 플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코글란은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신인 때인 2009년 탬파베이 레이스의 일본인 내야수 이와무라 아키노리에게 거친 슬라이딩으로 큰 부상을 입힌 적이 있다. 이후 이와무라는 8월 복귀했으나 제대로 활약하지는 못했고, 2010년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되는 등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그해 11월 일본으로 복귀했다. 당시 탬파베이 사령탑이 매든 감독이다.

매든 감독은 “나는 그때도 징징대지 않았다. 야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하나의 플레이를 갖고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201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포수 버스터 포지가 플로리다의 스콧 커즌스와 홈플레이트에서 충돌하면서 큰 부상을 당한 이후 ‘홈 플레이트 충돌 방지’ 규정이 도입된 것에 대해서도 “내 생각에 그것은 터무니없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코글란은 “(포지를 다치게 한) 커즌스도 많은 이들에게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들었다. 커즌스는 포지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 완벽하게 깨끗한 플레이였지만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그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틀리는 정말 열심히 플레이한다. 그의 플레이가 비열한 것인지, 아닌지 그 경계선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어틀리의 스타일이다”라며 “난 어틀리가 다치게 하려고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완전히 규정 내에서 이뤄진 플레이였다. 그것이 규정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USA 투데이는 어틀리의 거친 슬라이딩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면서 오는 11월 메이저리그 단장 회의에서 2루 베이스 충돌 방지를 위한 논의가 심각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소위 ‘강정호 법’ ‘테하다 법’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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