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는 조선 말기 국내 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과 신재효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기록이 희박해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이종필 감독은 그 희박함에 주목해 아름다운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고아 채선(배수지)은 어릴 적 동리정사의 판소리를 보고 소리의 꿈을 갖게 된다.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는 남장까지 불사해가며 들어온 채선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지만, 흥선대원군(김남길)이 개최하는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에 참가하기 위해 결국 채선을 택한다.
영화는 금기에 도전하는 여성 채선의 성장기와 로맨스를 함께 다룬다. 여성은 발을 들일 수조차 없었던 판소리계에서 십대 소녀가 여류 명창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큼 로맨스와 성장은 그 맥락을 같이한다. 수묵담채화같은 영화의 색채는 아름답고 잔잔하다. 수지가 연기하는 채선은 당돌하고 끈질기고 아름답다. 비단 수지라는 배우의 외모 덕만은 아니다.
판소리가 주류가 되는 이야기지만 판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영화가 아니고, 관객 또한 판소리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기에 수지의 판소리는 작품 자체에는 충분하다. 연기 또한 부족하지 않다. 영화는 내내 수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지만 이는 수지의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내적인 성장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 초반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입을 삐죽이던 소녀는 영화 후반부에 부쩍 큰 여인의 눈으로 잔잔하게 관객을 마주본다.
작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류승룡보다는 김세종 역을 맡은 송새벽이다. 김세종은 “울다 보면 웃게 될 것이다”라는 작품 초반의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인물이다. 진채선이 춘향가를 완곡하고, 감동에 젖어 눈물 흘리는 낙성연 관객들 사이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김세종은 ‘감초’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최근 ‘응답하라 1988’에서 감칠맛 나는 조연 연기로 눈에 띄는 안재홍과 이동휘 또한 영화에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젊은 감독이 작품 곳곳에 숨겨놓은 작은 소품들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다. 오는 25일 개봉. 12세가.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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