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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형 아나운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판매원으로 근무하던 한 여직원이 백화점 내 직원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책임을 져야 할 롯데백화점은 자신들이 직접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이게 무슨 어이없는 답변인지 이해가 안 가시죠? 오늘 호시탐탐에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조규봉 기자▶ 최근 롯데백화점 부산점에서 10년 째 근무하던 직원이 직원화장실에서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직원이었기 때문에 직원 화장실에서 이 같은 변이 일어난 건데요. 직원이 근무 중 사망한다면 당연히 회사 측에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건 아마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는 것이죠. 여직원의 사망 원인은 급성심장사, 즉 심장마비로 판명 났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백화점 내에서, 일하다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건데 왜 롯데 측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숨진 직원은 입점 업체가 판매를 위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거죠. 롯데에서 고용한 직원이 아니니 무관하다는 겁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롯데백화점 내에서 근무를 했지만 자신들이 고용한 게 아니니 무관하다.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그럼 고용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있었던 건지 궁금해요. 누가, 어떤 형태로 고용한 건가요?

조규봉 기자▶ 쉽게 말하면 일당을 받는 일용직 판매사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롯데백화점 내 행사 때마다 아르바이트 형태로 백화점 입점업체에서 일했고요. 사고가 일어난 날은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 매장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위해 판매대행 중이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정직원이 아니라 아무리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이해가 안 가요.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끔 되어 있잖아요. 근로계약서에 그런 부분이 명시가 되어있지 않았나요?

조규봉 기자▶ 그래서 문제죠. 숨진 여직원은 무려 10년 넘게 백화점의 여러 입점업체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판매사원으로 일했지만요. 그 흔한 근로계약서 한 장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원청이 하청의 이런 노무 관리에 대해 확인을 했어야 맞지만 그런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지요.

강주형 아나운서▷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당장 산업재해보상 처리부터 문제가 될 수밖에 없겠네요. 재직 사실 입증조차 안 되니까요. 그런데 원래 근로계약서 작성은 법적으로 필수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봉기자 안 그런가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근로기준법 17조에 의거해 고용주와 피고용주는 근로계약서를 작성 후 한 부씩 교부해야 하고요. 만약 이를 어겼을 시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사업장 내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고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계약의 효력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대상이 됩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하지만 롯데백화점과 아이더 대리점은 그런 사실을 무시한 채 일을 시킨 것이군요.

조규봉 기자▶ 네. 주소와 주민번호 등을 알아본 정도에 그쳤습니다. 결국 근로계약서를 통해 그녀와 아이더 대리점주 사이에서 어떤 계약 내용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죠. 따라서 계약 내용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없고요.

강주형 아나운서▷ 그렇다면 유가족들은 산업재해보상 신청을 위한 근로 사실 입증 자체가 어렵겠네요. 원래대로라면 보상이 가능한 거죠?

조규봉 기자▶ 네. 사망원인이 업무로 인한 과로로 판정이 날 경우 근로복지공단의 판단 하에 유가족들은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근로계약서가 없어서 롯데백화점 근무 사실조차 입증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렇다고 사람이 죽었는데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롯데백화점 측에 산재 처리를 요구해야 하지 않나요?

조규봉 기자▶ 네. 유족은 롯데백화점에 산재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직접 고용관계를 맺은 게 아니라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직원을 직접 고용한 아이더가 유가족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처리해야 한다는 거죠.

강주형 아나운서▷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또 틀린 이야기는 아니네요. 숨진 여직원이 롯데와 고용계약을 맺은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이 그냥 묻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직접 고용주인 아이더 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원래는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았지만 사망 뒤에 바로 신고를 했습니다. 현행법 상 산재보험 가입 신고는 다음달 15일까지 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알아보니 점주는 지금까지 아르바이트 판매사원을 쓸 때 이런 신고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하네요.

강주형 아나운서▷ 만약 이번 사고가 없었더라면 산재보험 가입은 전혀 생각도 못했겠네요. 고용주의 입장이 그렇다면 그 입점업체들을 관리하는 롯데의 입장은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 경영 간섭은 금지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해 왔습니다. 고용주인 아이더 대리점주와 피고용주인 숨진 직원간의 계약 체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죠. 원청인 롯데백화점이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해 관여를 하는 것은 경영 간섭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홍보팀장은 저에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매장 직원까지 신경을 쓰냐”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게 말이 되는 말인가요. 회사가 일하는 매장 직원을 신경 안 쓰면 누굴 신경 쓰겠다는 건가요?

강주형 아나운서▷ 답답하네요. 그리고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확실한 책임과 보상이 따라야 할 텐데요. 봉기자, 숨진 직원과 마찬가지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백화점에서 장기간 일하는 판매사원이 많은가요?

조규봉 기자▶ 어마어마합니다. 이번 사고가 난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은 매출 순위로 전국 34개 점포 가운데 3위인 핵심 매장인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3430여명이지만 백화점이 직접 채용한 정규직은 4.3%인 150명에 불과합니다.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숨진 직원과 마찬가지인 입점업체 판매사원인데요. 무려 그 비중이 87%에 이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러니까 백화점 일자리는 거의 대부분이 입점업체 판매사원이네요. 이 같은 사고 발생 시, 롯데백화점은 자신들과 계약을 맺은 4.3%의 직원만 책임지겠다는 거고요.

조규봉 기자▶ 그렇다고 봐야죠. 사실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 유통기업들의 고용 창출은 협력업체로 통칭되는 입점업체 고용이 대다수입니다. 실제로 백화점 세일 매대를 따라다니는 이른바 세일 노동자가 롯데 부산 본점에만 상시적으로 200명가량 된다고 할 정도고요.

강주형 아나운서▷ 롯데는 거대한 재벌그룹인데요. 기업을 위해 일하던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한다는 건 기업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네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이번 사건도 직접 나서서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자꾸 그렇게 행동하니까 기업에 악재가 연속되는 겁니다.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 등 3부자의 경영권 싸움으로 롯데면세점 사업과 각종 사업권에 대해 위기를 맞고 있지요. 도의적인 책임을지지 않은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네. 잘 알겠습니다. 일당 6만원의 일용직 판매사원이 갑자기 죽었지만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가 없어 제대로 된 처리가 되지 않고 있는데요. 롯데가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을 품어주는 책임감 있는 기업이 되어 이번 사고를 잘 해결해주면 좋겠네요. 그리고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명복을 빕니다.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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