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사람 죽었는데 소송? 가해자 없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박근혜정부는 ‘뒷전’

[봉기자의 호시탐탐] 사람 죽었는데 소송? 가해자 없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박근혜정부는 ‘뒷전’

기사승인 2015-12-08 00: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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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조규봉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 기억하시죠? 2011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임신부 다섯 명이 연쇄적으로 사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죠. 지금까지 확인된 직접 피해자만 530명이고요. 이 중 143명이 사망한 상태입니다. 원인은 사망자들의 공통된 사인은 급성 폐질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감기 기운이 있다가 갑자기 호흡곤란이 오고, 급작스레 병세가 악화돼 한 달 안에 사망에 이른 것인데요. 특히 임신부와 영유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죠.

강주형 아나운서▷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건 정확히 밝혀진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등을 통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다시 말해 사망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사실은 분명히 밝혀진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및 판매 업체들은 사과나 보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생활용품 전문 회사인 옥시레킷벤키저입니다.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는 향균제 데톨, 세정제 이지오프뱅, 세탁표백제 옥시크린 등 세제, 방향제, 위생용품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이고요. 영국 10대 기업이자 전 세계 200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기업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전 세계에 물건을 판매하는 대기업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혔는데요. 그렇게 테러나 다름없는 행위를 저지르고도 사과는 커녕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다니. 정말 울화가 치미네요. 봉기자,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제품은 어떤 제품인가요?

조규봉 기자▶ 옥시싹싹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530명 중 76%인 403명이 옥시싹싹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요. 사망자 142명중 70%인 100명이 옥시싹싹 사용자입니다. 한국지사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은 시장 점유율 1위였죠. 그래서 더 피해가 늘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 4명 중 3명꼴로 사용했으니까요. 하지만 레킷벤키저는 잘못을 인정하지도, 책임을 지지도 않았습니다. 한국 지사에서는 피해자들과 소송이란 형태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했고요. 영국에서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본사를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없이 달랑 1장의 문서로 답했습니다. 답은 한 마디로 한국 지사와 해결하라는 것이었죠.

강주형 아나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지금도 치료 중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들의 사과와 대책은 사건 발생 4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이번에는 좀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죠?

조규봉 기자▶ 네. 국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소송에 참여한 건 사망자 6명, 치료환자 5명 등 모두 11명인데요. 이들은 모두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란 이름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거든요. 그래서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소송 결과는 어떻게 전망해볼 수 있을까요?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환경부에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혀주었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피해 증거 사례를 제출할 때 정부 조사만큼 명확한 근거가 없거든요. 인체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면서 아무런 경고문 없이 시중에 제품을 판매하는데도 본사가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럼 이번 국제 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해요.

조규봉 기자▶ 레킷벤키저는 영국 본사와 한국 지사가 법적으로 별개이고 독립적인 회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자회사가 제조판매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봉기자,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건 옥시레킷벤키저의 제품을 사용한 사람만이 아니죠?

조규봉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퓨 가습기살균제라는 제품 역시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가 41명이고요.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제품을 판매한 회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후 폐업했습니다. 이제는 처벌할 대상 자체가 없어진 것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그야말로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았네요. 판매량이 줄어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책인 회피를 위해 폐업이 하고 싶었던 걸까요. 진실이 궁금합니다. 봉기자, 대체 기업들은 왜 그렇게 책임을 피하는 걸까요?

조규봉 기자▶ 책임을 진다는 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니까요. 그게 싫겠죠. 그리고 아마 그런 기업들의 행동에는 우리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러게요. 제조업체와 판매업체 모두가 침묵한다면 정부가 나서서라도 해결해야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정부는 2011년 말에야 판매 중지를 명령했지만요. 폐 손상을 유발한 물질의 사용을 사실상 전면금지한 것은 올해 6월에 이르러서였습니다. 2개의 물질 사용을 금지하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4년이네요.

강주형 아나운서▷ 상황 파악과 대응 모두 참 느리네요. 보상은요? 보상은 어떻게 해주기로 했나요?

조규봉 기자▶ 환경부에서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사망자 유족들에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해 조사 신청을 접수받아 개인별 피해인과관계를 조사해 인정될 경우에 한해서요.

강주형 아나운서▷ 그 과정을 입증하는 일 역시 복잡하네요. 그리고 물론 정부가 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1차적인 가해자인 제조사와 판매사의 사과가 먼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염려가 되는 게, 대표적인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에서 사용하는 물질은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과연 가습기 살균제에만 문제가 있을까 하는 점이에요. 봉기자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정확한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한국을 찾은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토마스 가저트 박사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비롯해 레킷벤키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다른 화학물질 정보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이건 결코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네. 이미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또 심각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이 잘 아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졌으면 하고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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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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