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전세난민들 두 번 울리는 전세형 분양의 꼼수…

[봉기자의 호시탐탐]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전세난민들 두 번 울리는 전세형 분양의 꼼수…

기사승인 2016-01-22 15: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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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형 아나운서▷ 금요일 오후 봉기자의 호시탐탐 시작합니다. 스튜디오에 봉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주제 알려주시죠?

조규봉 기자▶ 전용면적 얼마에 실입주금 얼마, 이런 식의 광고나 현수막 보신 적 있으시죠? 저 평수에 저 금액이 과연 가능할까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많으실 텐데요.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입주가 가능한 이유는 그 분양 형태가 바로 전세형 분양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분양금액의 20~30%를 계약금 명목으로 내고 2~3년간 살아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인데요. 건설사는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꼼수를 짚어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네. 전세는 구하기 어렵고, 덜컥 매매하기는 겁나는 때에 직접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건 누가 들어도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는데요. 거기에도 꼼수가 숨어 있었군요. 일단 전세형 분양에 대해 좀 더 알려주세요. 어떤 방식인 건가요?

조규봉 기자▶ 전세형 분양은 아파트 구매가격의 20% 정도의 보증금을 내고 2년간 입주해 생활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까지 들어서는 참 매력적인 제도인데요. 문제는 계약 내용입니다. 분명 전세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임대 계약이 아닌 매매 계약을 체결하거든요.

강주형 아나운서▷ 임대 계약을 하는 게 아니라 매매 계약을 한다는 건, 결국 전세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엄밀히 말하면 조건부 매매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입주민이 주변 시세보다 낮은 전세 보증금 수준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건설사들은 뭘 하는지 이십니까? 그 매매 계약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입주자 명의로 중도금 대출을 받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미분양으로 인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이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는 수단으로 전세형 분양 방식을 활용하는 셈이네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분명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조규봉 기자▶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일단 첫 번째는 전세형 분양 방식을 전세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요. 임대로 생각하고 계약해서 졸지에 1가구 2주택자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실제로 그렇게 되면 생애최초주택 구입 대상자 지위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다음에 진짜 집을 매입하려 할 때 대출이자 감면, 취득세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와, 정말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세금은 세금대로 다 내고 또 받을 수 있는 해택의 기회조차 잃게 되는 것이잖아요. 전세형 분양은 임대를 가장한 매매 계약이라는 점. 기억해두셔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조규봉 기자▶ 계약이 끝난 후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2년 뒤 더 이상 살지 않고 나가겠다고 했을 때 업체가 계약상의 조건을 들어 분양대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또 중간에 시공사나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 계약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해 돈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문제는 낸 돈만 날리는 게 아니라 본인 명의로 받은 거액의 대출금까지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강주형 아나운서▷ 문제가 많네요. 직접 받은 대출도 아니고 건설사가 받은 대출인데 입주가가 모두 떠안을 수도 있군요. 아무래도 이런 전세형 분양의 문제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하겠어요. 건설사와 입주자 간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죠?

조규봉 기자▶ 네. 반도건설과 입주자 간 소송이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반도유보라팰리스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반도건설과 전세형 분양 계약을 맺은 입주민들은 2년 만기 후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했는데요. 문제는 분양가보다 이미 4억~5억 원가량 떨어져 있는 집값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입주자들의 선택권은 나가는 것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집은 나가지 않았고, 입주자들은 이사를 갈래야 갈 수가 없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구입을 포기한 입주자들이 부동산에 집을 내놨는데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 이유가 뭔가요?

조규봉 기자▶ 일단 대형 평형대라 찾는 사람도 없고 또 있다 해도 건설사에서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건설사가 분양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매매가 될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의 차액을 부담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거든요.

강주형 아나운서▷ 그게 무슨 말인가요?

조규봉 기자▶ 예를 들어 드릴게요. 입주민 중 한 명이 분양가 13억 원짜리 집에 3억3000만원을 내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건설사는 그의 명의로 차액인 9억7000만원을 대출받아 그동안 이자를 대신 내왔고요. 그가 낸 돈은 3억3000만원이지만 실제로는 13억 원을 모두 지불한 것이나 다름없는 거죠. 하지만 2년 후 시세는 9억 원이 안 되었습니다. 자신이 지불한 금액을 돌려받기는커녕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원래 이런 사태가 생기면 건설사는 입주자가 손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러니까 입주자가
9억 원에 집을 팔면, 13억 원과 9억 원의 차액인 4억 원은 건설사가 입주자에게 지급한다는 거군요. 그렇게 하면 별 문제가 없을 텐데. 왜 소송까지 이른 건가요?

조규봉 기자▶ 건설사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입주민들이 회사가 차액을 부담해준다는 걸 알고 가격을 시세보다 더 낮춰 내놓는다는 거죠. 반대로 입주민 측은 그 가격 이상에 팔 수 있다면 회사가 직접 팔아야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면 차액을 주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강주형 아나운서▷ 이사를 가지도 못하고, 집도 팔리지 않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 건설사가 부도라도 나는 날에는 입주민이 모든 빚을 떠안게 되는 거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또 계약금만 보전했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높은 건설사들이 시공한 아파트의 경우, 계약금을 떼일 가능성은 적지만 위약금을 물 수는 있거든요.

강주형 아나운서▷ 위약금이요? 어떤 위약금이요?

조규봉 기자▶ 입주민들이 살아보고 나서 구입 여부를 결정할 때 환매를 요청한다면, 그동안 건설사가 대납한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2,3년간의 이자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거죠.

강주형 아나운서▷ 더 살 지 안 살지를 결정했을 뿐인데 갑작스럽게 이자 폭탄을 맞게 되겠네요.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광고 해놓고서는 말이에요. 이렇게 되면 정말 피해를 보는 입주민들이 늘어날 것 같은데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는 없나요?

조규봉 기자▶ 2014년 국정감사 때 전세형 분양 방식의 허점이 제기된 후 뒤늦게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외쳤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보호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고요. 계약서에 애매한 조항이 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입니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은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우선 계약서상 매매시점 표기가 정확히 기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요. 계약금 등 계약자의 납입금액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가 계약서에 꼭 명시돼 있어야 법적으로도 계약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만약 매매시점이 정확하게 표기돼 있지 않아 주택이 팔리지 않을 경우 에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계약자가 손해를 보게 되나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계약자는 법적으로 실 납입 금액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죠.

강주형 아나운서▷ 네. 매매시점 표기 확인. 그리고 또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조규봉 기자▶ 구매를 포기할 때 위약금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표기돼 있지만 실제 상담 시에는 언급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렇네요. 살아보고 괜찮으면 구매를 할 수도 있지만 여러 사정 상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그 때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어요.

조규봉 기자▶ 네. 그리고 대출이자 부담도 놓치지 말고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자가 구매를 포기하게 되면 거주기간에 건설사가 대납한 이자를 갚아야 하는 조건이 계약서에 있을 수 있는데요. 특히 보증 주체가 어디인지도 꼭 따져봐야 합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보증 주체가 왜 중요한가요?

조규봉 기자▶ 소규모 시행사나 분양을 빨리 끝마치려는 분양대행업체가 보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증 주체가 영세한 규모일 경우 사업부진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렇군요. 계약할 때 보증 주체가 어디인지. 신뢰성 있는 대형 건설사인지 영세한 대행업체인지 꼭 확인해야겠어요.

조규봉 기자▶ 네. 사실 아직까지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형 분양으로 전환하는 대부분의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보증 주체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있더라도 공신력 있는 기관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그래도 보증 주체가 영세한 시행사나 분양대행업체인지는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봉기자의 호시탐탐에서는 전세형 분양의 꼼수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확실한 건 전세형 분양은 전세가 아닌 매매 계약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전세형 분양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을 맺는 것이 중요하겠죠.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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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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