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간암 아버지 아들 간 받아 새 삶…사랑으로 빚어낸 ‘기적’

말기 간암 아버지 아들 간 받아 새 삶…사랑으로 빚어낸 ‘기적’

기사승인 2016-03-16 10:56: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33세 황남욱 씨는 삼남매 중 둘째다. 황 씨는 말기 간암을 판정받은 아버지에게 최근 자신의 간 70%를 주었다. 수술 후 일주일이 흘렀을 때 황 씨를 만났다. 그동안의 회복 과정이 힘들었는지 그의 첫마디는 “생각보다 아팠다”였다.

◆완치를 위한 아들의 희생

다른 장기로 전이하지 않았다면 병든 간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국내 생체 간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런 영광의 이면에는 부족한 뇌사자 기증 현실과 한국인의 효심이 자리하고 있다. 황 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시는 아버지께서 하루는 배가 아프다며 병원을 가셨는데 암 진단을 받았다”며 “평소 건강하셨기 때문에 1기나 2기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사는 말기라며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말기 간암 판정. 황 씨 부자는 믿겨지지가 않았다. 수소문해 이대목동병원 간이식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이곳의 의료진도 황 씨 아버지의 수술을 망설였다. 건강한 간을 이식하더라도 완치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간부전과 간성 혼수가 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3일간 의료진은 고민했다. 그동안 황 씨 형제는 아버지에게 간이식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검사를 받았다. 간이식 공여자의 첫 번째 조건은 ‘건강함’이다. 질환이 없어야 하고 간이 건강해야 한다. 첫째 형에게는 지방간이 있었다. 둘째 남욱 씨가 나섰다. 남욱 씨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며 “주치의 선생님께서 ‘해보자’고 말씀하셨을 때 그저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수술을 결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황씨의 아버지가 수술을 거부했다. 생체 간이식술이 난이도가 높은 수술임을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제 아들의 건강을 담보로 수술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설득 끝에 황씨 부자는 같은 날 수술실에 누웠다. 애당초 5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남욱씨의 수술은 9시간을 넘겼다. 수술실 밖 어머니는 아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남욱 씨는 “어머니께서 기다리면서 많이 힘들어하셨단 이야기를 들었다”며 “무사히 잘 끝난 것이 기적 같다”고 말했다. 황 씨 부자는 현재 회복 중이다. 각자 다른 병실에서 회복기를 마치고 부자는 일주일 만에 재회했다. 남욱 씨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서 회복하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의 두 번째 인생은 수술을 포기하지 않은 의료진의 집념과 아들의 효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완치를 위한 의료진의 끊임없는 도전

황 씨 부자를 수술한 건 이대목동병원 홍근 교수다. 그는 지금 병원에서 서른 번의 간이식술을 성공시켰다. 서울의 빅2 병원보다 적은 사례지만 간이식술이 전무했던 이곳에서 간이식술을 시작해 많은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사한 만큼 자부심이 강했다. 홍 교수는 인터뷰에서 “얼굴색이 잿빛이던 간암 말기 환자가 간이식 후 건강을 회복해 건강한 낯빛으로 외래를 왔을 때 그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생체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자의 희망이지만 위험부담이 큰 수술”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생체 간이식술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생체간이식이 뇌사자 간이식보다 위험한 수술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간이식 자체가 고난이도 수술이고 기증자에게도 위험부담이 큰 수술”이라고 했다. 국내 간이식술은 세계에서도 인정한 실력이다. 간이식술의 성패는 의료진의 술기 못지 않게 간의 크기가 중요하다. 기증자 간의 좌엽과 우엽의 비율이 정상적이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진은 외국서 수술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는 수술조차도 훌륭하게 성공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번 황씨 부자의 수술도 누군가는 포기한 수술이었다. 홍 교수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다”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환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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