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모션증후군’은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현대인의 감정 장애를 뜻한다. 이 시대의 성인들은 울고 싶어도 소리 내지 못하고, 슬퍼도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상대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엔 자신의 감정에 대한 확신도 잃어버리게 된다.
1998년생 저자 안현서는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에서 자기표현이 불가능한 민모션증후군 환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타인의 온전한 애정을 통해 자기애를 회복하고 끝내 증오하던 대상마저 용서하게 되는 여정이다. 미묘한 인간 심리와 복잡한 현대사회 문제가 얽혀있다.
“지나가보면 행복이었던 순간이 참 많지만 그 당시에는 모르거든.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하면서 살아가면 결국 멀리서 보면 행복일 수도 있는 순간들을 전부 놓쳐버리고 말아. 그러니까 그냥 맘 가는대로 살아. 감정 숨기지도 말고, 모른 척하지도 말고, 눈치 보지 말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p.224)
소설은 형형색색의 씨줄과 날줄로 직조된 다층의 장치를 동원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회복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충격적인 반전을 넘어 눈물겨운 구원에 이르는 서사는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안현서 지음 / 박하 / 13,000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