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동=김희정 기자] ‘팔십 나이 넘어 새 세상을 만났어요. 눈이 열리니 마음이 기뻐지고 간판도 버스도 묻지 않고 탈 수 있고 고개를 들고 살피니 내 눈이 바빠졌어요. 나이가 너무 억울합니다. 초등 검정고시 합격이 나의 꿈입니다. 그러려면 내 눈이 더 바빠지겠지요.’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최우수상(부총리겸 교육부장관 상)을 받은 경주 한림문해초등학교 양소환 어르신의 글 ‘내 눈이 바빠졌습니다’의 일부분이다.
평생 동안 한글을 몰라서 겪은 어르신들의 서러움과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글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경상북도는 오는 21일까지 ‘경상북도 성인문해 시화전’을 열어 도청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 내고, 성인문해교육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문해교육은 평생교육법 제2조제3호에 의거,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자해득능력, 사회·문화적 기초생활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문해, 인생에 글자 꽃이 피어나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시화전은 ‘대한민국 문해의 달’ 선포와 더불어 지난 9월 교육부 주최,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전국 44곳에서 동시에 열린 ‘제5회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의 하나로 마련됐다.
경북도 평생교육진흥원 주관으로 대구대학교 종합복지관, 안동병원,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데 이어 경북도청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성인문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문해교육의 필요성을 감동으로 전하게 된다.
경북도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40여점은 도내 문해교육기관에서 한글을 깨치신 70~80대 어르신 학습자들이 생애 처음으로 직접 도전한 시화다.
가족들과 도청을 방문한 한 관람객은 “무심코 읽은 어르신의 서툰 글씨가 발길을 잡았다. 배움의 기회가 없어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아야 했던 애달픈 사연이 슬펐지만, 문해교육을 통해 희망을 품었다는 사실에 함께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일수 경북도 인재개발정책관은 “성인문해교육사업은 평생교육에서도 특히 가치 있고 보람된 교육 사업이다”며 “이웃에서 소외받고 있는 비문해 어르신들을 위해 성인문해교육 사업을 도내 23개 전 시·군에 지속적으로 확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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