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양병하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병욱(51·사진)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국민들을 화나게 했으면 어쨌든 정치적인 책임을 졌는데, 현 정부는 너무나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거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로 인력풀이 너무 좁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신이 믿는 사람만 요직에 앉히는 인사 스타일을 봤을 때, 이번에 청와대를 개편하더라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비선을 통해 결정됐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사기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으며, 자신의 행동이 국가를 대표하는 아주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인식도 없었던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국회 입성 후 첫 국정감사를 마쳤는데 소감을 전한다면.
▷첫 상임위로 선택한 교문위의 경우 9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운영위는 10월 20일부터 양일간 진행했다. 32일간 첫 국감을 치르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상당히 컸다. 개인적으로 이번 국감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한 번도 조사·집계되지 않았던 전국학교 내진설계 현황도 완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참모들과 부지런히 힘을 모아 이번 국감 동안 4권의 정책자료집을 제작해 배포했다.
-정책자료집의 구체적인 내용은.
▷직장인 유급휴가를 2주 모두 소진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내수와 사기를 동시에 진작하자는 내용, 성남시 유일의 유네스크 세계유산인 남한산성에 박물관을 건립하고 인력과 재정을 확충하자는 내용, 한국신문진흥정책의 해외사례 비교와 발전적 대안 모색,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조정정책에 대한 비판과 발전적 대안 모색 등이 그 내용이다.
-이번 국감의 최대 쟁점은 무엇이었나?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는 단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쟁점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최순실, 차은택 등 증인을 단 한 명도 채택하지 못한 채 국감을 마쳐야 했다. 각 기관들의 근거자료 제출도 무성의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국감 첫 주에 불참한 것도 모자라 증인을 채택하려고 할 때마다 국회선진화법 중 안건조정절차를 신청함으로써 정당한 시도를 무산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출석은커녕 부실한 리포트를 제출했는데도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학점을 이수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교육부에 이화여대 특별감사를 요청해 이끌어냈다. 정유라의 고등학교 학사관리 부실 의혹도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이끌었다. 관광진흥기금을 마음대로 전용해 최순실과 차은택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강행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이번 국감에서 지적했다. 국감이 끝나고 나서도 K스포츠재단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최순실이 이 재단을 사적이익을 위해 이용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언론에 제기했다. 국감 전에는 물론, 국감현장에서까지 정당하게 요구한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문체부 담당자가 연락을 피하는 등 어려움이 컸다. 이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의정활동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물가는 자꾸 오르는데 인구와 소득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민경제를 압박하는 많은 요인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사교육비다. 암기식·주입식 경쟁중심의 전통적 교육체제는 이제 4차 산업·에너지 혁명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나 사회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이제 예체능교육과 인성교육, 소프트웨어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 이는 창의적 인재가 중심이 될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 세대가 해야 하는 의무다. 공교육을 진흥시키고 사교육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그리고 단순히 비용문제를 떠나 교육체제 자체를 바꿔서 학생과 청소년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우리 교육을 바꾸고자 하는 나름의 비전이다.
-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꾸겠다는 비전이라 보면 되나?
▷그렇다. 교육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요소가 따라온다. 문체부와 문화재청의 소관업무는 제대로만 집행되면 변화된 교육으로 길러진 인재들이 종사하고 누리게 되는 사회체제가 마련된다. 평소 업무보고현장이나 국감현장에서 항상 문체부 장관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바로 “직장인들이 유급휴가 2주를 모두 사용하게 정책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장관이 항상 좋은 아이디어라며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답변한다. 그런 사회를 꼭 실현하고 싶다. 그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선도하고 싶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 2002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키기 위한 개혁당이 유시민 전 장관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그 때 김포에서 분당으로 막 이사를 왔는데 내가 분당을 지역위원장을 맡게 됐다. 제도권 정당으로의 정치 입문은 그 때가 처음이다. 당시 개혁당의 운영방침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정당체제와 지역정치와 보스정치를 타파하고 매달 1만원씩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제도를 도입했다. 그간 한국정치에서 지적되던 문제점에 대한 대안적 성격이 강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8년만에 성남시를 다시 쟁취하는 성과를 이루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손학규 전 대표와의 인연도 궁금하다.
▷2011년 4월 당시 분당을 현역의원이던 임태희씨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보궐선거가 있었다. 물론 출마를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2010년 12월 출마선언을 하고 예비후보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보궐선거 속성상 당시에도 정권심판 의미가 강했다.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낙선하더라도 보궐선거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는 주변의 독려가 있었지만 당을 위해 희생을 결심했다. 당시 손학규 당 대표가 직접 나서면 중산층 대표도시인 분당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했고, 손 대표도 결국 분당을 출마를 결심함으로써 ‘분당대첩’을 승리했다. 선거운동 동안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온힘을 다해 선거운동을 뛰었다.
-손 전 대표가 최근 탈당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손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야권 전체가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3자 필승론’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 새누리당의 상황에 따라 구도가 정해질 것이지만 야권 전체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속에서 손 전 대표는 야권의 용광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다.
-국회 입성 후 소속 정당 의원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원내부대표로서 매주 화·목요일 오전에 원내대표단회의에 참석해 당내외 상황을 공유하며 수권정당으로서의 자세를 많이 배우고 있다. 지난 10년간 분당에서 원외지역위원장을 지냈다. 함께 고생하던 동료들이 20대 국회에 많이 입성해 자주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특히 소속 상임위인 교문위와 운영위에서도 동료·선배 의원들과 소통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어려운 시기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라는 양대 권력형 비리재단에 대한 각종 조사를 국감 동안 진행하면서 교육부, 문체부, 문화재청, 청와대 등에 많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당 차원에서 증인도 채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대신해 정확하고 성실한 자세로 국감에 임하고자 한 것이었다. 행정부를 철저히 견제하려는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를 행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과 행정부의 철저한 방해로 핵심증인들을 한 한 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자료제출 또한 너무 무성의했다. 운영위 국감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대통령 비서실은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대충 작성해 보내기 일쑤였다. 기관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던 우병우 민정수석은 국회의 거듭된 요청을 묵살하거나 대놓고 거부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병사(病死)라고 기재한 백선하 서울의대 교수의 계속된 고집,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최순실과 차은택의 행동, 이원종 비서실장의 거듭된 부인과 변명…. 초선인 나를 여러 가지로 고뇌에 빠지게 했다. 국회에 입성하면 이루고자 한 뜻이 많았는데, 행정부의 강력한 권력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모습에 실망을 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제 국민이 나서서 이 답답한 현실을 개헌과 정권교체로 바꿔주길 바란다. 권위주의 행정부를 청산하고, 보다 서민적인 민주주의정치를 펼침으로써 보편적 복지로의 사회적 시스템을 강화하는 그런 정부를 위해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많은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야당과도 협상하는 정부를 이룰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겠다.
<김병욱 의원>
-1965년
-배정고 졸업
-한양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 석사
-국민대 경영학 박사
-전국증권유관기관노조협의회 의장
-성남산업진흥재단 이사
-성남정책포럼 공동대표
-가천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現 제20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분당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국회운영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md594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