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양병하 기자]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파문’이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은 투자시기로 적절할까? 최근 불안한 정치상황이 주식시장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우리나라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채원(52·사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을 지난 4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이 부사장은 지금의 정치적 스캔들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금방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비슷한 사례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를 예로 들기도 했다.
“정치적 이슈는 사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과거부터 시장에서는 정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품지 않았고, 크게 실망한 사례도 없었다. 오히려 여의도(증권가)의 반응은 담담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지금 좋은 기회가 왔다고 보고 있다.”
이 부사장은 내재가치나 펀더멘털의 영향 없이 정치적 이슈로 주식이 떨어진다면 절호의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서둘러 배팅할 필요는 없지만 ‘실탄’을 준비하고 있다가 충격이 왔을 때를 기회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식시장 동향은.
▷대외적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을 12월에 앞두고 있는데, 시장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수급 측면으로 보면 단기 악재, 펀더멘털은 장기 호재로 해석해야 한다. 만약 미국 경기가 도저히 돌아서지 않는 상황으로 전환돼 금리를 동결 또는 더 내린다면 그건 재앙이다. 그 상황이 도래하면 대안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충격이 올 수 있다. 반면 경기가 호전돼 금리인상의 여건이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상황이 이어진다. 문제는 시장의 패러다임이 조금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저금리가 만들어낸 거품이나 어떤 착시효과가 있었다. 이를테면 투자자 입장에서 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채권을 구입해 발생하는 수익이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거의 1% 정도다 보니 다른 자산이 싸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과거 시장에서 고성장 모멘텀 주식이 거품을 만든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세계적 기업인 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의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아마존은 시가총액이 약 300조원인데 올해 이익이 약 2조원이다. 한 해 이익의 100배 이상의 금액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금리가 상향세로 돌아서면 고평가된 주식은 철퇴를 맡게 될 것이다. 시장의 흐름이 성장(growth)에서 가치(value) 쪽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바이오 관련 주식이 크게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가치주 쪽으로 장세가 이동되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인한 삼성전자 주가의 불확실성이 회복되는 시기를 어떻게 보나.
▷갤럭이8이 출시되는 내년 3~4월은 돼야 주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아니었다면 아마 200만원은 도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은 역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쪽의 상황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언제 꺾일지 알 수 없지만 현 시세는 적정한 수준으로 보인다.
-가치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과 철학은.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취하는 전략이다. 내재가치와 상관없이 시장의 방향성, 추세, 흐름 등을 보는 모멘텀 투자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모멘텀 투자는 주식이 아무리 비싸도 더 올라갈 것이고 더 비싸게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인 반면, 가치투자는 주식이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비싸면 안산다. 또 아무리 최악의 시장 상황이고 주식이 폭락할 것 같아도 싸면 사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인간의 본성,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시장의 상황과 무관하게 항상 싸게 사야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헐값에 사서 제값을 받고 팔자’는 전략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식이 싼 경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주식이 싸야하는 이유가 잇을 때 사면 안된다. 이를테면 관련산업이 사라지는 경우다. 반면 펀더멘털 외적인 요인으로 이유 없이 싸게 거래될 때가 있다. 이럴 대가 절호의 기회다. 시장의 인기, 트렌드, 유행, 오해, 편견, 무관심 등의 이유로 저평가됐을 때, 그리고 실제의 가치보다 낮게 거래될 때 사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싸게 사야한다는 것이다.
-평소 화를 내는 일이 전혀 없다고 들었는데.
▷회사에서만 화를 안내는 것은 아니다. 화를 낸다고 상황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상대가 약속시간에 늦더라도 일부러 늦게 온 것은 아닐 거다. 화를 내는 것보다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근원을 밝히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닌가. 주식운용에 있어서도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올 때는 그 근본을 색출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2017년을 준비하는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모든 자산은 결국 기대수익률이 낮은 쪽에서 탈출해 높은 쪽으로 향한다. 막연하게 어느 쪽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잘 살피고 좌표를 잘 짚어내서 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이 7% 정도이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인 투자다. 무엇보다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투자하면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돈은 반대로 아래서 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투자자 자신이 잘 모르는 산업에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본업에 충실하는 게 낫다.
<이채원 부사장>
-1964년 3월 5일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중앙대 경영학 석사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동원투자신탁운용 자문운용실장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전무(최고운용책임자)
-現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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