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조현우 기자] 말 한 마디에 천냥 빚 진 천호식품

[현장에서/조현우 기자] 말 한 마디에 천냥 빚 진 천호식품

기사승인 2016-11-22 17:37:14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 말이 있다. 말의 중요성과 신중함을 강조한 속담이자 충고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말()로 유명세를 탔던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이 이번에는 막말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산 향토기업인 천호식품은 녹용홍삼·산수유·흑염소 등을 파는 건강보조 식품 제조업체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직접 글을 올렸다. “촛불시위와 데모, 옛날이야기를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런지 모르겠다” “국정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글에는 보수단체에서 작성한 동영상이 첨부됐다.

대규모 집회를 일으키거나 집회에 가담한 자는 폭도라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김 회장을 비난했다. 100만명이 한 마음으로 광화문에 모였던 것을 부정했다는 분노가 가장 컸다.

글을 올린 지 20분 만에 김 회장은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다. 결국 천호식품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한 포털사이트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천호식품 불매운동 게시글에 4000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다.

2020년까지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뷰티, 키즈산업에 뛰어들고 천호쇼핑을 인수하며 채널까지 확보한 천호식품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수장(首長)들의 막말로 곤혹을 치룬 기업들은 저마다 이미지쇄신을 위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소모해야했다. 직접 대표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직원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손가락질을 당해야만 했다.

앞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김 회장은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글을 올리던 그 순간, 김 회장은 자신이 360여명의 임직원들을 책임져야하는 기업의 대표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말 한 마디로 천호식품은 천냥 빚을 지게 됐다. 김 회장이 갚아야 할 빚이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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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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