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세월호 사고 피해자 가족이 법정에서 사고에 관한 입장을 말할 길이 열렸다.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재판에서다.
피해자 가족이 형사 공판에서 피해자 자격으로 발언 기회를 받았던 사례는 있지만, 당사자 자격으로 법정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은 2014년 4월 16일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이은희 부장판사)는 22일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 등 총 347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열고 원고 측 신청을 받아들여 가족 중 1명을 다음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사고 피해자 가족인) 원고들이 관련 형사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청문회에서 절차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며 “당사자들이 진술할 기회를 재판부가 보장할 예정”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7일 오후 3시에 열리는 2회 변론기일에서는 사고 당시 세월호 근처에 있던 둘라에이스호 선장 문예식씨와 원고 중 1명에 대한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피해 가족 중 누가 증인으로 나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첫 변론기일인 이날 재판은 양측의 의견을 간략히 요약해 정리하고 향후 일정을 정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신용락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시스템에 내재된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라며 “대통령의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행적을 포함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밝히는 것이야말로 피해자들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게 할 유일한 열쇠”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법정에서 청구 이유와 요지를 설명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던 중 목이 메어 여러 차례 말을 멈췄다. 노란 점퍼 차림으로 법정을 가득 채운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퍼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정부와 해경 관계자, 청해진해운 관계자, 전문가 등 30여명의 증인을 신청한 상태다.
재판부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증거조사를 최대한 진행할 예정이지만, 원고들이 청구 원인으로 주장하는 부분을 넘어서서 심리할 수는 없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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