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가 “동갑내기 친구들이 동시에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건 다시없을 기회”라고 벅찬 기분을 이야기하자, 이대호(34‧전 시애틀 매리너스)가 “나 때문에 다시없을 기회라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한 마디를 던졌다.
아직 새 소속팀을 정하지 못했지만, 이대호는 여유가 넘쳤다. 이대호의 호탕한 답에 팬들도 웃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대호는 3일 서울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추신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함께 ‘야구와 고맙다’ 출판 사인회를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동시에 활약한 동갑내기 3명은 책을 공동 출간했다. 2017년에도 세 명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추신수와 오승환은 내년에도 텍사스와 세인트루이스에서 뛴다.
시애틀과 1년 계약을 한 이대호는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새 둥지를 찾고 있다.
이대호는 “내 행선지는 나도 궁금하다”고 웃으며 “분명한 건 연락을 주는 구단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락을 주는 구단’이 속한 리그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이대호의 이름은 미국과 일본, 한국 언론에 동시에 오르내린다. 한미일 3개 리그에서 이대호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이대호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승격을 보장하지 않았지만,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개막 로스터(25명)에 포함됐다.
우타 1루수로 역할이 제한돼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전반기에는 타율 0.288, 12홈런, 37타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 부상에 시달렸고 마이너리그에도 한 차례 다녀왔다. 후반기 성적은 타율 0.200, 2홈런, 12타점으로 뚝 떨어졌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으로 마친 뒤 “전반기 부상 신호가 왔을 때 조금 쉬었다면 한결 나은 몸 상태로 후반기를 치를 수 있었을 텐데”라며 “당장 뛰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 후반기에 고전했다”고 곱씹었다.
앞서 10월 31일 귀국 인터뷰에서는 이대호는 “처음에는 대타로 나가는 것도 재밌었다. 나중에는 자존심이 상하더라”며 “내가 경기를 못 뛰는 게 억울하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출전 기회’를 계약 조건 중 하나로 꼽았다.
한 달 동안 이대호는 휴식을 취하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과 조용히 협상했다. 모든 리그에서 관심을 보이지만, 이대호의 거취를 가장 궁금해 하는 이들은 한국 팬이다.
이대호는 “조금 기다려주시면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한국 팬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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