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강정호,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갔다

[이슈 인 심리학] 강정호,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갔다

기사승인 2016-12-05 16:58:48
이러려고 메이저리거가 됐나.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중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야수다. 길이 있어 간 것이 아니라 그가 가서 생긴 길이다. 강정호가 다져놓은 그 길로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 등이 수월하게 빅리그에 진출했다. 강정호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언제나 컸다. 그만큼 실망도 크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음주뺑소니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는 오전 2시28분에 술을 마신 채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달아났다. 이후 함께 탔던 친구 유모(29)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블랙박스 확인 결과, 거짓말이 들통났다. 운전자는 강정호였다. 음주운전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것이다.

놀랄 일은 더 남았다. 강정호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전력이 있다. 때문에 그는 음주 운전으로 세 번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되는 ‘삼진아웃’ 대상자다. 
왜 강정호는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에 걸쳐 음주운전을 했을까.

제임스 올즈(James Olds)와 피터 밀너(Peter Milner) 두 신경과학자는 1953년에 쥐를 이용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이들은 쥐가 지렛대를 누르게 되면 머리에 전기 자극을 받게 설계했다. 이 실험에서 대부분의 쥐는 전기가 통했을 때 놀라거나 펄쩍 뛰며 불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특이한 쥐 한 마리는 전기 스위치를 천 번도 넘게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도대체 이 쥐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바로 ‘중독’ 때문이다. 

중독되면 뇌에서는 쾌감을 느끼는 ‘쾌락 중추’가 지속해서 반응한다. 이는 마약이나 술과 같은 물질중독뿐만 아니라, 음식섭취나 음주운전, 게임중독, 성행위 같은 행위중독 등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뇌에서 쾌락을 유발하는 자극이 시스템화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환경적 스트레스를 스스로 이겨내는 심리적 면역성(psychological immunity)의 힘이 약해지면 중독에 빨리 빠지게 된다.

‘최적 각성 수준(Optimal Level of Arousal)’이라는 사회심리학 용어가 있다. 이 이론은 1908년에 요키스(Yerkes)와 도슨(Dodson)의 연구 ‘습관형성의 속도와 자극강도의 관계(The relation of strength of stimulus to rapidity of habit-formation)’에서 발전됐다. 

쉽게 보면, 각성 수준은 ‘긴장감(tension)이나 흥분(excitement)’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장에서 야구팬들이 지켜보고 있을 때,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있고 반대로 부담감에 실력발휘가 되지 않는 선수도 있다. ‘각성 수준(Arousal level)’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긴장이나 흥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진다.

도서관과 콘서트를 비교하면 각성 수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각성 수준을 적절하게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책장 넘기는 소리 등 주변 소음에 몰두하는 것은 긴장감이 낮고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럴 때는 자신의 행동에 집중력을 높이고 긴장하게 하여야 한다. 반대로 좋아하는 음악가의 콘서트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가수와 선수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에서 들리는 큰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은 각성 수준이 높다 보니 오히려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환경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각성 수준이 그 장소에 맞게 변하기도 한다.

강정호의 경우, 앞서 말한 쥐 실험을 통한 중독이나 각성 수준에 빗대어 봤을 때 메이저리그에 가기 전 이미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2015년 메이저리그에 가기 전까지 두 번이나 적발됐다는 것은 음주와 음주운전에 관한 습관성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강정호의 전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에서 강정호 음주운전에 관해 몰랐다면, 선수의 신체적, 정신적 관리 모두가 안 되었다는 방증이 된다. 만약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밝히지 않은 것이라면, 은근슬쩍 넘겨버리면서 강정호 스스로 음주와 음주운전에 대해 각성을 하지 않게 만든 책임이 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건너갈 때, 국민은 두 손 모아 응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이번에 세 번째 음주운전을 일으킨 상황에서 국민의 마음속에는 배신감만 가득 차게 되었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면 국민은 그가 갔던 길을 지워버릴 것이다. 강정호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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