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우병우, 국민을 명탐정으로 만드는 도깨비

[이슈 인 심리학] 우병우, 국민을 명탐정으로 만드는 도깨비

기사승인 2016-12-13 13:31:32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방이 묘연하다. 도깨비도 아닌데 꼭꼭 숨어버렸다. 자취를 감출수록 그를 찾는 국민의 눈은 매서워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내 건 우 전 수석의 현상금은 현재 1300만원. 단순히 현상금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 전 수석을 찾는 건 아닐 것이다. 그 이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봤다.

지난 7일 국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이 건넨 제보를 바탕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위증을 밝혀냈다. 이러한 주식갤러리의 활약에 다음 날인 8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은 ‘명탐정 주식갤러리’라는 키워드로 이들의 활약상을 보도했다. 정보를 생명으로 여기는 언론이 인정한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는 내적보상(intrinsic reward)과 외적보상(extrinsic reward)이 있다. 직접적인 대가와는 상관없이 목적을 달성한 것 자체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는 것이 내적보상이다. 주식갤러리는 내적보상을 넘어 언론의 ‘인정’이라는 외적보상을 받았다. 어쩌면 만족과 성취를 넘어 의무감까지 가질 것이다. 

시대도 바뀌었다. 소리나 빛 그리고 전기와 같은 파장을 갖는 것을 아날로그(analog)라고 한다. 아날로그 시대는 처음 내는 소리가 파장을 일으켜 전달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빛도 전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디지털(digital) 시대는 다르다. 0과 1이라는 신호로 구성된 ‘디지털’ 시대는 빠르다. ‘디짓(digit)’의 의미는 숫자 말고 ‘손가락’이라는 뜻도 있다. 손가락 하나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 이것 또한 디지털 시대의 특징이다. 

경찰보다 더 빠른 정보력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 손안에 TV가 있고, 영화관이 있고, 대학교가 있고, 국회가 있고, 청문회가 있는 시대. 실시간으로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고 반대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 바로 지금이 온 국민을 ‘명탐정’으로 만든 것이다. 

뉴스룸에서 손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던 한 기자는 “지난 청문회에서 주식갤러리 이용자가 김 전 비서실장의 증언을 번복하게 한 일종의 ‘스모킹 건(smoking gun)’으로 활약했다”고 강조했다. ‘명백한 증거’라는 의미의 스모킹 건은 영국의 추리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따온 표현이다. 스모킹 건을 직역하면 ‘연기 나고 있는 총구’다. 배 안에서 사람이 죽었고, 옆 사람의 손에는 연기 나는 총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은 명백한 살해범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명백한 증거를 잡는 셜록 홈스처럼 국민은 탐정이 되어가고 있다.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지난달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우 전 수석의 모습을 말이다. 그는 당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여기자를 매섭게 노려봤다. 검찰 조사를 받으며 팔짱을 끼기도 했다. 현재는 ‘법률 미꾸라지’처럼 숨어다니며 청문회를 피하고 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케이블 방송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이런 대화가 나온다.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좀도둑처럼 검찰을 피해 도망 다니는 우 전 수석의 모습 또한 스스로 바꾼 그의 삶일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알아야 한다. 주식 갤러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독수리보다 매섭게 그를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곧 법 위에 국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세종시 휴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장)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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