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송파세모녀’ 막을 수 있을까…건보료 개편, 어떻게 달라지나

‘제2의 송파세모녀’ 막을 수 있을까…건보료 개편, 어떻게 달라지나

기사승인 2017-01-25 00:41:25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무려 17년 동안 유지되고 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바뀐다. 건보료 개편은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채택한 지 4년, 개편안 발표가 갑자기 백지화된 2015년 1월 이후로는 2년 만이다.

지난 23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정부‧국회 합동 공청회에서 공개했다. 이번 개편안은 소득기준이 다른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와, 재산이나 소득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문제 해결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송파세모녀’ 사건…기형적 부과기준이 문제

지난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세모녀가 소득이 없는데도 월세 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로 매달 4만8000원의 건보료를 내야 해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건보료 체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실제 건강보험공단과 건보노조에 따르면 이처럼 생활고로 건보료를 장기간 내지 못하는 체납 지역가입가구가 140만 가구를 넘었고, 체납액은 2조46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송파세모녀’처럼 월 보험료 5만원 이하의 저소득 생계형 체납가구는 94만 가구로 전체 6개월 이상 체납가구의 67%가량을 차지했다.

즉 현재 건보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가 소득이 없는데도 주택이나 자동차 등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직장가입자보다 더 많은 건보료를 내야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복지부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득 중심 개편’을 목표로 지역가입자의 소득 보험료 비중을 지금보다 2배 높이는 것을 목표로 3년 주기의 3단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건보료 절반으로 인하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우선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평가 소득이 수정된다. 기존에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에게는 성‧연령, 소득, 재산, 자동차로 추정한 평가소득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성‧연령 등에 부과하는 평가소득은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단계적으로 축소해나간다.

소득의 경우 일정기준 이하인 경우에는 최저보험료를 매기도록 했다. 1단계에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에 1만3100원 최저보험료를 적용하며, 3단계에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세대에 1만7120원을 부과한다. 이에 따라 1단계에는 583만 세대(77%)의 건보료가 월 2만원 인하되고, 3단계에는 606만 세대(80%)의 건보료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월 4만6000원으로 인하된다. 만약 현행 보험료가 최저보험료보다 낮은 경우에는 1~2단계까지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3단계에서는 인상액의 50%를 경감할 계획이다.

◇재산‧소득있는 피부양자, 지역가입자로 전환

직장에 다니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자신을 등록해 소득이 있는데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자’를 없애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금융이나 공적연금, 근로+기타 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종합과세소득이 연 3400만원을 초과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2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1단계 3400만원에서 2단계 2700만원, 3단계 2000만원 초과시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다만 연금소득 보유자가 소득 기준 초과로 지역가입자로 전한되더라도 연금 소득의 일부에만 보험료를 부과해 부담을 완화키로 했다.

피부양자의 재산요건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시가 18억원이 초과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됐지만, 앞으로는 시가 9억원(과표 5억4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생계가능소득이 연 1000만원 이상 있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아울러 피부양자의 범위도 축소된다. 기존에는 부모, 자녀 등 직계존비속이 아닌 형제‧자매까지 피부양자 범위에 포함됐지만, 3단계에서는 형제‧자매를 원칙적으로 제외시키기로 했다.

◇직장인의 월급 외 소득도 건보료 부과

대다수의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월급 외에 추가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건보료가 부과될 방침이다. 기존까지는 연간 보수 외 소득이 7200만원 초과시에만 보험료를 부과해,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7200만원 이하면 이에 대한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2인 가구 기준중위소득 기준으로 연 34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부터 보수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가 부과된다. 1단계 3400만원에서 2단계 2700만원, 3단계 20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부과 기준이 강화된다.

보수보험료 상한선도 현실화된다. 그동안 매월 7810만원을 초과하는 보수를 받는 직장인의 보험료의 상한선은 239만원이었다. 이는 2011년 당시 평균보험료의 30배로 설정된 이후 그대로 유지돼 오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2015년 기준에 맞춰 상향된다.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이창준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소득 중심으로 개편을 진행해 전체 소득 보험료 비중을 현행 87%에서 95%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개편 후 보험료가 올라가는 사람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수용가능성을 고려하고, 또 2025년에는 건강보험이 적자로 변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도 고려해 보험료 인상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개편해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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