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범람하는 불법 의료 광고로 환자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에 광고하는 의료인과 법인 뿐 아니라 광고를 제공하는 포탈사이트 등의 인터넷 매체도 의료법 위반시에 법적조치를 할 수 있는 ‘쌍벌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박영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기획이사는 15일 ‘의료광고 사전 자율심의 관련 의료법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해 “유령수술 등 비급여 의료범죄의 시작은 광고에서 비롯된다”며 이같은 쌍벌제 도입을 제안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 12월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는 ‘사전 의료광고심의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의료광고가 상업광고 성격을 가지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된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헌재의 이 같은 판결 후, 불법광고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사전심의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의료광고 사전심의 건수가 2015년 2만2931건에서 2016년 2313건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대다수 의료광고가 사전심의를 받지 않게 됐다. 헌재의 결정은 사전심의제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인단체에 위탁해 사전심의를 실시하는 것이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불법광고로 인해 잘못된 의료선택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사전심의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의 위헌 판결에 따라 광고규제가 풀리면서 불법 의료광고가 쏟아지자 의료계도 감시와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비급여 시술이 많은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불법 의료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박영진 이사는 “의료법의 의료광고조항이 위헌이 되면서 본말이 전도돼, 국민의 알권리가 기망광고에 의해 침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서 의료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향후 의료정책의 불신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다수의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광고확대를 반대하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사는 “의료광고는 다른 부처의 규제와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의료의 규제가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이라며 “의료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유럽보다 못한 의료광고로 국민을 기망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광고 분야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닦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의료광고의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민간인 주도의 ‘의료광고 자율심의제’다. 박 이사는 “민간자율 형태 의료광고 심의기관이 생기면 시민단체나 의료단체가 임의로 결탁해 심사 비용이라는 금전이 개입될 수 있다. 소비자가 주축이 돼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인터넷 광고의 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불법 광고가 포털 사이트에 노출될 경우, 광고주인 병원과 법인 뿐 아니라 광고비를 받은 포털사이트도 처벌 받을 수 있도록 ‘쌍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박 이사는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의 대형 포털이 의료 광고행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데 단지 정보공유의 장이라는 이유로 개인 불법을 방치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면 포탈로서의 순기능이 상실된 것”이라며 “인터넷매체의 범위를 일일 평균 10만으로 정한 법률은 폐지해야 불법행위를 적발할 수 있다. 광고주인 병원이나 법인, 개인 뿐 아니라 포탈사이트도 같이 처벌할 수 있는 쌍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민하 네이버 실장은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상업적 광고라고 해도 지나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신중을 가해야 한다”며 “다만 의료행위가 국민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의무화는 불가피한 입법적 선택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실장은 “복지부가 불법광고임을 확인해 준 의료광고에 대해 매체사가 자율적으로 차단하는 조치 등을 신속하게 취하고 있다. 다만 사후적 모니터링을 통해 모든 불법 의료광고를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으며 매체 입장에서도 전문성의 한계로 인해 사후 검수를 완벽하게 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따라서 의료광고 심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하게 정책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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