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논란 끝에 결국 사표…기금운용본부는 이달 말 전주로 이전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구속 기속된 상태에서 ‘자리 버티기’로 논란을 사던 그가 드디어 결정을 내린 것이다.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문형표 이사장은 같은 날 오전 중 변호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 이사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이제 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그동안 저로 인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눈총을 감내하셨을 6000여 임‧직원 여러분께 마음속 깊이 고개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는 “기금운용에 대한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외국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인한 국가경제 및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의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며, “그동안 진실을 밝히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예기치 못한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은 외면 받고 묻혀버렸으며, 오로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찬성했다’는 결과만 부각되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연금공단과 임‧직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뿐인 바,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 그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합병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거나 해당 기업으로부터도 어떠한 요청을 받은 바 없었으며, 국민연금공단으로 하여금 합병에 찬성토록 구체적‧명시적으로 지시한 바도 결단코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는 앞으로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 사필귀정, 모든 것이 올바른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저의 지식과 경험이 앞으로 국민연금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문형표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5년 7월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구속 기소된 후 연차와 결근 처리 등으로 사표를 쓰지 않고 계속 자리를 버티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지난 16일 복지부 관계자는 “장재혁 연금정책국장이 문 이사장과 구치소에서 특별면회를 갖고 본인 사퇴와 관련된 입장을 들을 계획”이라며 직접 사퇴 권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현재 이원희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또한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전북 전주로 이전한다. 이원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공단은 국민의 든든한 노후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 다변화와 기금운용 역량 강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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