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저출산 대책에 정말 도움될까

아빠의 육아휴직, 저출산 대책에 정말 도움될까

기사승인 2017-02-28 00:00:36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육아대디’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다.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아빠가 아이를 돌보고 함께 놀아주는 모습들이 방송되면서, 육아가 비단 엄마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점점 퍼져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1970년 이래로 사상 최저를 기록, 날이 갈수록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다양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그중 하나로 ‘아빠의 육아휴직’이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남성의 가사‧육아를 장려하는 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아빠의 달’이 대표적이다.

‘아빠의 달’은 한 자녀에 대해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을 하고 다음에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휴직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15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아빠의 달’ 인센티브 지급기간은 기존에는 1개월만이었지만 이번 3차 계획에 따라 2016년부터는 3개월로 늘려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빠의 육아휴직이 저출산 대책에 있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오래전부터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살림과 육아를 맡아오던 고질적인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못 쓰는 이유는 육아휴직급여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부부가 맞벌이라고 하더라도 남자가 더 많이 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빠가 대부분 생계부양자다보니 이들이 육아휴직을 하면 생계유지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은 급여가 현실화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일반 육아휴직 급여는 상한액 월 100만원 내에서 통상임금의 40%만 지급하는데, 맥시멈 200만원 정도로 기본 수준이 향상돼야 한다”며, “보통 아빠의 육아휴직이 아빠들의 인식문제라고 하는데, 이건 인식 이전에 생활문제다. 먼저 급여를 올리고, 그 다음에 강제화를 하든지 해야 한다. 지금 수준에서는 무조건 육아휴직을 하라고 하면 생계가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육아휴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도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아휴직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직장인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고용보험 대상자를 확대하든지, 또는 스웨덴처럼 부모보험 체제로 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주소득자가 남성이다보니 육아휴직급여를 대폭적으로 올려주지 않은 경우에는 들어오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따라서 먼저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양성평등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육아휴직급여 수준이 생활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가야할 것이다. 아빠의 달 특례뿐 아니라 기존 육아휴직급여 자체를 60~70% 정도까지 보장해서 150~200만원까지 올려줘야 한다. 또 혜택 대상에 첫째, 둘째 구분도 없애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원과 관련한 부분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육아휴직급여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려면 재원 확보가 돼야하는데, 이는 근본적인 부분까지 검토해야할 문제라 간단치 않다. 고용보험자 부담을 늘려야할 수도 있고, 국고를 늘려야할 수도 있어 일부 제도개선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1조 가까이 고용보험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다.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긴 했다. 이와 관련한 재원대책에 대해서는 고용부도 고민이 깊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미가입자가 많은 건 사실이다. 스웨덴이나 캐나다 퀘벡의 경우 고용보험 자체가 한계가 있다보니 포괄하는 개념인 부모보험이 도입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모보험 도입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소득대체율을 70~80% 높이는 것과 미가입자를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 고용보험 시스템과 유럽의 사회보험은 재원조달방식이 달라서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또 자영업자 등은 육아휴직에 포함하기에는 소득파악이 어려운 부분도 있고 해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비정규직은 실제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보니 출산휴가만이라도 우선 보장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출산휴가 90일 중 45일이라도 쓸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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