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양병하 기자] 권칠승 의원(51·사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람이 먼저입니다. 민생이 먼저입니다’라는 문구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쩐지 낯이 익다 싶은 이 문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전매특허처럼 써온 ‘사람이 먼저’라는 말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사실 권 의원은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문 전 대표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하면서 본격 정치를 시작했다. 그 이전인 199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 대선기획단에 참여한 뒤 수년간 당직자로 지내긴 했지만 진정한 정치 입문이라 보기 어렵다.
한데 권 의원이 이 문구를 ‘타이틀’로 내건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자신의 궁극적인 정치 지향점이 ‘사람’과 ‘민생’임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권 의원이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활동해온 과정을 보면 절로 납득이 된다.
권 의원은 1호 법안으로 ‘보육대란 방지법’을 발의하는가 하면 국정감사에서 전기료 누진제와 검침일 등의 문제점을 지적, 전기료 인하의 물꼬를 틔웠다. 또 국감에서 원전 지진대책 미흡,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 강원랜드 내부감사 등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인 권 의원은 최근에만 해도 지난달 22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산업부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 부부가 운영한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온갖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면서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권 의원은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수도권 공장 난개발 방지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하는가 하면, 쿠키뉴스 주최 ‘2017미래경제포럼’에서 ‘성장 유지와 병행하는 양극화 해소 정책 모색’ ‘정책적 원론의 작동 속에서 정책의 신뢰도 고양’ 등 참신한 대안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1965년 경북 영천 출생인 권 의원은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에 이어 경기도의회 의원을 활동한 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당선,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당선되자마자 그는 ‘사람이 먼저, 민생이 먼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우리 국민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권 의원은 사람이 살 만한 따뜻한 대한민국, 즉 아이가 행복하고, 청년들이 결혼과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어르신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꾸며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 의원을 만나 ‘정치인 권칠승’에 대해 인터뷰했다.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국회 입법보좌관, 도의원 등을 거쳐 국회의원까지 된 과정과 소감은.
▷1997년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 입문했다. 선배가 김대중 후보 대선기획단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가 있었고, 다니던 회사에서 노사분쟁을 겪던 중이라 회사를 그만둔 터였다. 당시에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젊은이들의 화두였고, 나 역시 중요한 어젠다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상대인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 IMF, DJP연합 등으로 인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실제로는 그 전인 1994년부터 국회에 들락거렸다. 당시 한국자동차보험(現 동부화재) 노조 운영위원을 하면서 노사분규 와중에 국회 상임위에서 이 사건을 다뤄달라는 로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국회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알게 됐다. 선출직으로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2010년 경기도의회 의원이 되면서였다. 결국 입법, 사법, 지방의회, 국회 등 두루 경험한 전형적인 직업 정치인이 됐다.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꾸준히 정치의 길을 걸어온 이유는.
▷무엇보다 일하는 보람이 있다. 공익적인 상황에서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직업이라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지금이야 국회의원이라 경제적으로 어렵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지나온 길을 생각해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후배들에게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초선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 상당히 좋은데.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항상 사람과 민생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의정활동을 하다보니 주위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특별히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다. 굳이 얘기하자면 국회의원을 하면서 사생활과 주말이 없어졌다는 정도다. 그러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피곤한 줄 모르고 열심히 뛰어 다니고 있다.
-20대 국회에 입성하며 일이 많은 산자위를 선택했는데, 현안과 보람, 과제는.
▷우선 내가 걸어온 길이 실물경제와는 거리가 멀기에 실물경제를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자원외교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되면서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지금은 대책도 별로 없고, 돈으로 때우는 실정이다. 그리고 최근에 연구개발(R&D) 자원 관리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화성시에는 중소기업이 8000여개 있다. 전국에서 중소기업이 제일 많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골목상권 등을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한 여력이 있다면 에너지, 통상관련 분야의 식견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역구 주민들과 소통하는 방법과 최근 지역구의 현안은..
▷간담회를 통해 주민들과 많이 소통한다. 탄핵 국면 이전에는 간담회를 굉장히 많이 개최했다. 가까운 민원에서부터 입법청원까지 다양한 민원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30~40명 만나면 엄청 다양한 민원 요청이 많다. 정치인으로서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는 정당 행사, 지역사회 행사 등에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한다. 다른 정치인들도 주제를 잘 잡아서 많은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제 간담회의 이름은 ‘칠성사이다’다. 요즘 가장 큰 현안은 수원 군 공항 문제다. 제 지역구 반 정도 되는 지역이 걸려 있는 문제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안 돼서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민민(民民) 갈등의 우려가 생긴다. 그 부분이 걱정된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또한 아직 화성시 고등학교는 비평준화다. 제 임기 동안 평준화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업이 많은 화성시에는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을 것 같은데,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지역의 문화적 인프라는 어떤가.
▷한 마디로 약하다. 동탄2신도시도 형성되는 과정이라, 문화적 인프라는 약하다.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같은 큰 기업들이 있고 그 벤더들도 많다. 젊은 사람도 많고 서울에 출퇴근하는 인구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화성에 정주하면서 화성의 고유 문화는 정착돼 있지 않다.
-특별한 정치 철학이 있는가.
▷개인의 이익을 빼고 공익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를 빼고 생각하면 쟁점 현안들 중 80~90%는 해결된다고 본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특정 관점으로 합리화 시키는 부분도 많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빼고 생각하면 여타 문제들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소모적인 논쟁을 보면 그 기저에 다른 이해관계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사라지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또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포용적 성장을 통해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통사람들의 희망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가 행복하고, 청년들이 결혼과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국가와 자녀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의 정치적 포부는.
▷사회적 약자들,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변하는 게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는 게 종합적이다. 그런 것을 대변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흔히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런 사람들은 법 없으면 못 살 사람들이다. 제도와 국가권력을 통해 그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게 정치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대의명분을 배신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항상 노력한다. 어려운 시기엔 깃발도 높이 들고 이정표가 될 수 있으면 기꺼이 임하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어려운 경제와 탄핵 국면 등으로 국민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번에 우리 국민들이 헌법공부를 많이 했다. 헌법이나 국회라는 정치기관의 의사결정이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소 느림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대해 이해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이제 끝까지 왔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전화위복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도 어렵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데 외생변수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질서를 잘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봄에 대청소를 하려면 가구를 들어내기도 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물건을 사기도 한다. 그런 과정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과정이 질서 있고 정의로운 관점에서 해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렇게 되는데 힘을 보태고 열심히 하겠다.
<권칠승 의원>
-1965년 11월 18일 출생
-경북고 졸업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노무현정부)
-국회 사무처 보좌관
-민주당 부대변인
-제8·9대 경기도의회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現 제20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병)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