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탁금지법, 공정사회 만드는 ‘빛과 소금’ 역할 기대

[기자수첩] 청탁금지법, 공정사회 만드는 ‘빛과 소금’ 역할 기대

기사승인 2017-03-19 21:54:26

[쿠키뉴스=양병하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의 모 과장이 한국제약협회 정책보고서에 의미 있는 기고문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학회에 부스비를 지원해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법으로 인해 강연과 자문, 학술활동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진 때에 나온 그의 글은 저간의 막연한 불안감을 지울 만했다.

   ‘약사법과 청탁금지법 간 관계와 해석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그는 약사법상 수수된 물품은 부정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 조항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이 법의 소관정부 부처인 국민권익위도 그와 같은 해석을 내렸다.

   그 기고문의 말미 부분은 부정청탁금지법의 의미에 대한 상당한 시사점을 던졌다. 그는 청탁금지법은 단순한 제도의 마련이나 시행이 아니다라며 이는 공직사회의 관행, 공직자의 생각과 철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의미 있는 발전이며, 이러한 발전은 다시 한 번 우리의 제도와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성공적인 청탁금지법의 시행과 정착이 제약산업 및 의약품 유통분야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행 4개월여를 맞은 청탁금지법이 청렴사회의 청신호가 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관적인 평가도 있다. 특히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요식업계와 공연계, 화훼·축산농가 등의 반발이 거세다.

   거기다 표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부 정치권과 농어업인 단체들, 학계 몇몇 인사들까지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은 지난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제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마냥 못들은 척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명확하지 않은 법 규정과 과잉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발견되고 있다. 실제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바람에 공직사회에서 코미디 같은 해프닝이 곧잘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법은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금도 국민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자칫 잘못 손을 댔다가 이 법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법은 아직 시행 5개월도 채우지 못했다. 적어도 1년 정도는 모니터링을 해보고 개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더구나 애초 법 시행 전에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했다.

   솔직히 국내외 악재에 따른 불경기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정청탁금지법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법이 문제가 아니라 법을 핑계로 대인접촉을 피하거나 법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회 풍토가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정부는 반발이 심하다고 덜컥 개정에 나설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정을 능사로 삼을 것이 아니라 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절대로 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법의 부작용이나 미비점, 흠결을 보완하는 최소 수준으로 해야 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국민들의 크나큰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다. 이 법은 우리사회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조짐도 보이고 있다.

 

md5945@kukinews.com

양병하 기자
md5945@kukinews.com
양병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