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충북 청주에서는 중학생 5명이 인형 뽑기 기계 퇴출구로 몸을 넣어 인형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월에는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A(19)군이 인형 뽑기 퇴출구 안으로 몸을 넣어 인형 7개를 훔쳤다. A군은 술을 마시고 3만원을 쓰고도 인형을 뽑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 서구 석남동에서 20대 여성이 인형 뽑기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해 갇혔다. 여성은 결국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지만, 망을 봐준 친구와 함께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왜 사람들은 인형 뽑기 기계에 중독되는 것일까. ‘경험학습(learning by experience)’이라는 용어가 있다. 교육에 의한 간접경험이 아니라 현실사회와 접촉하며 생활하는 가운데 체득하게 되는 학습을 말한다. 20대와 30대의 경우, 유년시절 동네에 단골 오락실 한 곳쯤은 있었을 것이다. 당시 오락실에서 동전을 투입하고 게임을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학습이 있어 어른이 된 지금에도 인형 뽑기 기계를 지나치지 못한다. 인형을 갖고 싶다기보다는 어려서 느꼈던 오락실의 추억을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쉽게 중독에 빠진다.
조절능력에 따른 것도 있다.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주는 돈으로 인형 뽑기의 횟수를 제한 당한다. 때문에 중독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부모의 통제가 사라진 사춘기 청소년들은 조절력을 상실한다. 그 결과 기계 안으로 들어가 강제로라도 인형을 뽑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어른들은 경제권을 쥐고 있다.
‘합리화(rationalization)’의 문제도 있다. 합리화란 다른 동기들을 무의식적으로 감추고 있는 상태에서 특정한 행동이나 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취하는 정신적 과정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인형 뽑기 기계에 500원을 넣으면서 ‘이 정도는 큰돈이 아니야’라고 생각한다거나, 1000원을 넣으면서 ‘로또도 1000원인데 이건 도박도 아니지’라며 합리화하는 것이다.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중독의 길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불안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거나, 취직했어도 고달픈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은 ‘성취감’을 맛볼 기회가 적다. 이들에게는 인형 뽑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자존감을 향상해주는 마법일 것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감을 보충해주는 심리적 작용이 일어나면서 많은 이가 자연스럽게 인형 뽑기에 중독된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