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렉시 톰슨(22·미국)의 스포츠맨십에 골프 팬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렉시 톰슨은 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통한의 준우승이다. 렉시 톰슨은 12번 홀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가시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전날 3라운드에서 일어난 ‘오소 플레이’가 문제가 됐다.
오소 플레이란 드롭할 수 없는 곳에 놓인 볼을 치거나 재드롭을 요구하는 장소에 갖다놓은 볼을 그냥 치는 것을 일컫는다.
렉시 톰슨의 경우 3라운드 17번 홀(파3)에서 퍼트를 하기 위해 마크 자리에 공을 놓았는데, 기존에 공이 있던 위치보다 약 2.5cm 정도 홀 가까이 공을 놓고 쳤다. 이 같은 사실은 중계를 지켜보던 한 시청자의 제보로 뒤늦게 알려졌다.
경기위원은 이를 받아들여 공을 잘못 둔 것에 대해 2벌타를 선언했고 스코어카드를 잘못 기재한 것에 대해서도 추가로 2벌타를 매겨 총 4벌타를 부과했다.
렉시 톰슨은 이후 남은 홀에서 눈물을 흘리며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휘청거린 것도 잠시 렉시 톰슨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언더파를 치면서 다시 타수를 줄였고 결국 유소연(27)과 연장전에 돌입하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투에도 끝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렉시 톰슨은 경기 후 다음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우선 우승한 유소연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어제 유소연은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어제 일어난 일로 인해 그의 우승 값어치가 퇴색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 선수로서 LPGA 투어 경기위원회 결정은 고통스럽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만 제가 고의로 공을 홀 가까이에 놓고 치려고 한 사실은 없다는 점을 모두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또 “어제 저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신 팬 여러분 덕에 남은 6개 홀을 치를 수 있었다”며 “제가 샷을 할 때마다 보내주신 응원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렉시 톰슨의 입장에서는 경기 외적인 영향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 억울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쉽게 납득하기도 힘들었을 터다. 하지만 렉시 톰슨은 다 잡은 우승을 놓친 상황에서도 격려를 보내는 갤러리,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또 경기 결과에 승복하면서 승자를 배려하는 면모까지 보였다. 렉시 톰슨이 보여준 빛나는 스포츠맨십에 숱한 팬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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