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미안하다면 끝? 문화계 성추행 실태 고발

[키워드포착] 미안하다면 끝? 문화계 성추행 실태 고발

기사승인 2017-05-13 18:23:36


이승연 아나운서 ▶ 제시된 키워드로 시작합니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 심유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심유철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반갑습니다. 항상 내용에 앞서 키워드를 먼저 제시해주시는데요.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문화계 성추행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이야기가 나오는 게 바로 이 문화 예술계의 성추문이에요. 단순 성추행부터 시작해서 성폭력 피해 사례까지도 나오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문화 예술계에서 굵직한 인물들이 성폭력의 당사자로 언급되면서, 그 파장이 더 컸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혐의를 전면 부정하며 고소까지 언급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과거 행적을 인정하고 스스로 문단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이들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정리된 듯 보이지만, 또 언제 피해자가 나올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 바로 이 문화 예술계 성추문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오늘 키워드 포착에서는 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건지 자세히 살펴볼 텐데요. 먼저 작년 가을 상황부터 보면요. 다른 분야보다 폭로가 가장 먼저 시작됐고, 또 가장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곳이 바로 문단이에요. 심기자, 관련 내용 정리해 주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지난 10월 19일, 시인 박진성이 시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폭행을 가했다는 폭로가 시작이었고요. 그 후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 시인 배용제, 이준규, 이이체, 백상웅 등이 오명의 리스트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는데요.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들뿐만 아니라 문단에서만 알음알음 알려진 기성 작가들까지 추문에 포함돼, 큰 충격을 낳았습니다. 그들은 주로 자신의 팬이나 작가 지망생 등을 대상으로 성추행이나 성폭력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죠.

이승연 아나운서 ▶ 피해자가 팬이나 작가 지망생이라면, 해당 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고 만남을 가졌을 텐데요.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에서 더 용서가 어려워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 작가까지 포함되었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럼 피해자의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중 첫 스타트를 끊은 박진성 시인의 사례부터 살펴볼게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자신을 박진성 시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로 소개한 A 씨는 지난 10월 19일,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미성년자였던 시절 나보다 나이가 20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며 경험담을 밝혔습니다. A 씨에 따르면 박 시인은 이 시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를 배울 사람들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고요. 평소 박 시인을 존경했던 A 씨는 그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서로 연락하게 됐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시를 가르쳐주겠다는 처음의 약속과는 달리 박 시인은 A 씨에게,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는 등 성희롱적인 언사로 A 씨를 불쾌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스승과 제자로 연을 이어 만나게 되었는데 왜 그와 상관없는 성적인 접촉을 했을까요. 심지어 당시 미성년자라면, 더욱 더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그리고 그 첫 폭로를 시작으로 다른 폭로들도 이어졌죠?

심유철 기자 ▷ 네. A 씨의 폭로를 시작으로 트위터 이용자들은 너도나도 박 시인에게 당했다는 성폭력 행위를 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박 시인은 SNS에서 자신의 시나 이름을 검색한 뒤, 이를 언급한 여성들에게 시를 가르쳐 주겠다. 좋아하는 시인과 만나게 해 주겠다. 등의 발언을 하며 접근했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접근해, 여성들과 직접 만나게 되면 성추행을 시작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여성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키스를 하거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추행을 했고요. 결국에는 원치 않은 성관계까지 강요당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인데요. 박진성 시인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고발은 지난 10월 19일 이후 10여 건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 시인에게 평소에 연락을 받았다는 실제 메시지들이 캡처돼 공개되기도 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단순히 시가 좋아서, 시를 배우고 싶어서 시인을 만났을 뿐인데 그 결과는 너무 혹독했네요. 그리고 그 박진성 시인 성추문을 시작으로 다른 작가들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는데요. 다음 이어진 작가가 바로 은교의 박범신 작가에요. 박작가의 경우,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인지도가 꽤 높아진 유명 작가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더 충격이었죠. 심기자, 어떤 내용의 폭로가 나온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전직 출판사 편집자였던 B 씨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박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는데요. 자신이 편집자로 있던 시절 박 작가와 출판사 편집팀, 방송작가, 박 작가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여성들 등이 참석한 낮술자리에서 발생한 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박 작가가 자신의 옆에 앉았던 여성의 신체 부위를 보기 민망할 정도로 마구 만지는 것을 봤다고 고발했고요. 또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들 가운데 나이를 먹은 사람은 늙은 은교, 젊은 사람은 젊은 은교 등으로 지칭하며 신체적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여성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자체는 성추행이고, 엄연한 범죄행위인데요. 소설 속 인물로 지칭한 것도 문제가 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작품에서 늙은 작가의 성적 욕망의 대상 또는 갈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씌움으로서, 성적인 대상화를 했다는 불쾌함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죠. 또 해당 의혹은 해시태그에 문단 내 성폭력으로 링크되며 온라인상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성추행. 성폭력, 성희롱. 거의 모든 성범죄를 동원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기도 해요. 보통 그렇게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소, 고발을 진행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문화 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 수사기관을 통해 범죄 혐의가 인정된 경우는 없어요. 

심유철 기자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자신의 혐의를 직접 인정하고 자숙 의사를 밝힌 일부 인사들을 제외하면, 다수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피해자들이라고 밝힌 폭로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왜 그런 걸까요? 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쉬쉬하고 또 참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이건 한 마디로, 문화 예술계의 더러운 관행인데요. 철저한 갑을관계만이 존재하는 문화 예술계에서 을 중의 을인 여성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고, 또 앞날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라는 겁니다. 극소수만이 작가로 등단해 성공할 수 있는 문단에서는, 여전히 유명 작가들과의 연줄이 음지에서 작용한다는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이 문제가 단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지, 계속해서 있었던 일이라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실제로 작가는 무한한 경험을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며, 여성 작가 지망생들에게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거나 영상을 찍어 보내줄 것을 요구한 남성 작가도 있었고요. 이름을 알리려면 선생님의 여자가 돼야 한다며 유명하고 나이가 많은 한 시인에게 여류 시인 지망생을 상납하려 한 작가도 있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지금이 2017년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네요. 아무리 문단 내에서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힘을 무기로 작가 지망생이나 팬들을 갑을관계로 두고 성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자체가 어이없어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한 권력 행사라는 점에서 볼 때, 더욱 심각한 문제고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하지만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특히 문단 내에서 가장 밑바닥 위치인 여성 지망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인데요. 지위와 권력을 무기로 하는 남성 작가들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렇게 벙어리 냉가슴을 앓던 여성들이 한 번 폭로가 이어지자, 용기를 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여전히 해시태그를 단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고요. 직접 문화계 성폭력 폭로를 전담하는 계정을 개설하기까지 했죠.

심유철 기자 ▷ 네. 그에 대해 지금까지 밝힌 것은 빙산의 일각조차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고소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문화계에 만연한 성폭력이 언급조차 되지 않던 과거로 돌아갈 것이 더 두렵다는 의견도 내어놓고 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되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할 텐데요. 앞서 문화 예술계 중 문단에 대한 이야기 많이 했지만, 미술계에서도 이런 식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았어요. 박범신 작가와 박진성 시인처럼 폭로가 이어진 경우도 있었죠?

심유철 기자 ▷ 네.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인 함영준인데요. 트위터 사용자 B씨는 함 큐레이터에 대해, 사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그런 쪽으로 더러웠고 유명했다며, 대학교 술자리였다. 나는 만취했고,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집이었고 불이 꺼진 상태에서 누군가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는 글을 올렸고요. 바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폭로 후 상황도 살펴볼게요. 일단 논란 중심이 된 인물들은 나란히 사과하거나, 또 활동 중단을 공언하기도 했어요. 그건 결국 성추문을 인정한다는 거겠죠?

심유철 기자 ▷ 네.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박범신 작가, 박진성 시인,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가 온라인상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는데요. 먼저 박범신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 일로 인해∼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어요. 인생-사람에 대한 지난 과오가 얼마나 많았을까, 아픈 회한이 날 사로잡고 있는 나날이에요. 더 이상의 논란으로 또 다른 분이 상처받는 일 없길 바래요. 내 가족∼날 사랑해준 독자들께도 사과드려요. 라며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물론 사과의 뜻을 밝힌 건 사실이지만, 물결표가 들어가 있고 또 진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독자들이 항의하기도 했었어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게 성추문 논란과 관련한 여론 악화로 박작가는 신작 장편소설 유리의 출간을 중단했고요. 인터넷 서점을 통해 예약 구매한 독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전액 환불을 해주는 등,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공개적인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다른 경우도 살펴볼게요. 가장 먼저 폭로가 나온 박진성 시인의 경우도 사과를 하긴 했죠?

심유철 기자 ▷ 네. 박 작가에 앞서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던 박진성 시인도 자신의 블로그에 성희롱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실상 활동 중단을 선언했는데요. 사죄드립니다. 저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께 사죄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의 부적절한 언행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라고 밝혔고요. 출간 계획 중인 산문집과 시집 모두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건 결국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텐데요. 앞서 살펴본 미술계 성추문 당사자. 함영준 큐레이터도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나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그 역시 자신의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온라인 메모장 에버노트에 사과문을 올리며 사실상 활동 중단을 선언했는데요.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우선 제가 가진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습니다. 현재 저와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정리한 뒤 그만두겠습니다. 이후 자숙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반성하겠습니다. 라고 밝히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는 거겠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는 사과문에서, 무엇보다 명백한 피해자에게 가장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죄송함을 간직하고, 어떤 변명도 없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라고 밝혔는데요. 그 말은 결국 폭로 당사자인 B씨가 밝힌 내용이 사실임을 밝히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공개 사과를 했다고 해서 끝은 아니지만,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긴 했어요. 그럼 관련 단체들의 입장은 어떤지 알려주세요. 폭로와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단체들은 뭐라 이야기하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시인협회에서는 뒤늦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애초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작가 개인의 일이므로 친목단체에 지나지 않는 협회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 후,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문인들이 늘어나자 그제서야 내부성찰을 운운하며 엄중 조치할 것을 밝혔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이번에 폭로 당사자 작가들에게도 어떤 제재가 가해지나요?

심유철 기자 ▷ 박진성 시인 등 일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협회에서 탈퇴한 상태이고요. 그 외,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는 소명 절차를 걸쳐 자격 정지 등 징계 결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리고 앞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이번 성추행 논란의 피해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피해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는 점과 사건이 발생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점이에요. 이번에는 그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게요. 심기자, 대부분 직접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SNS 등을 통해 폭로를 했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SNS는 하나의 해시태그. 그러니까 SNS 등에서 글을 쓸 때 단어 앞에 # 표시를 붙여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사용하게 되는데요. #문단 내 성폭력, #영화계 성폭력, #예술계 성폭력 등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폭로를 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왜 SNS를 통해 폭로가 이어진 걸까요?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심유철 기자 ▷ 아마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SNS가 활용되면 약자가 좀 더 쉽게 목소리를 내는 환경이 될 수 있으니까요. 문학계 성추행 논란의 피해자들은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 폭로를 시작하게 된 거죠. 경찰서에 진술서나 증거를 제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노출될 가능성도 적을뿐더러, 파급력이 커서 어렵게 낸 목소리가 묻히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덕분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피해자. 약자들이 부당한 사실을 폭로하는 데 있어, SNS 만한 게 없다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익명성 보장, 확장성 극대화라는 SNS의 특성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그 시기는 어떤가요? 폭로 당사자인 피해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성추행은 꽤 오래 전에 일어난 사건들이에요. 그렇다면 이들은 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폭로를 시작한 걸까요? 

심유철 기자 ▷ 그건 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 문제 때문입니다. 성은 여전히 은밀하고 부끄럽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숨기고 싶어 한다는 거죠. 실제로 피해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은, 지인들이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기도 한데요. 성폭력 피해자로 낙인찍힐 경우, 동정이든 안타까움이든 떨치기 힘든 선입견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하는 탓입니다. 또 자신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 남성에게 빌미를 제공했을 거라고 의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맞아요. 그런 우려와 편견이 피해자들을 더욱 더 숨게 만들죠. 하지만 이런 상황도 누군가가 용기를 내기 시작하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사건만 봐도 그렇고요.

심유철 기자 ▷ 네.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숨어 있기를 결정했던 피해자들이, 나만 이런 고통을 당했던 게 아니다 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일종의 연대의식을 가지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사실 문화계는 잊혀질만하면 이렇게 한 번 씩 성추행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요. 물론 일련의 성추행 폭로가 사실로 판명 나지는 않았습니다. 범죄 행위로 밝혀져 법적인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피해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권력 관계를 악용한 문화계 성추행을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문화 예술의 경우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름을 알리고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대가나 스승의 힘이 필요하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문화계는 닫혀있는 사회다. 그들끼리의 세계가 공고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외부와 의사소통이 활발하지 않다 보니, 부당하다는 점을 입 밖으로 내는 교육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편입니다. 이제는 그 오랜 침묵과 관행을 깨뜨리고, 문화계 성추행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명백하게 권력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이자 범죄인 성폭력이 일부 개인들만이 경험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불평등으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 강조하면서, 키워드 포착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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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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