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된 듯” “왜 앞번호만 나오나”…500명 몰린 박근혜 재판 방청 추첨

“로또 당첨된 듯” “왜 앞번호만 나오나”…500명 몰린 박근혜 재판 방청 추첨

기사승인 2017-05-19 16:48:39

[쿠키뉴스=조미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 방청권 추첨에 많은 시민이 몰렸다당첨 결과가 발표되자 참가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3별관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박 전 대통령 법정 방청권을 추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592억원대 뇌물을 받는 등 국정농단 관련 18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의 방청석 150석 중 68석을 일반방청석으로 지정했다. 이날 방청권 응모에 참여한 시민은 총 525명으로 약 7.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 시민 방청석 외 자리는 사건 관계인 및 기자 등 지정석으로 분류된다. 

▲“박 전 대통령 민낯 보고 싶다”

이날 현장에 온 참가자들은 재판 방청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두 시간 전부터 법원에는 응모권을 받기 위해 모인 시민으로 길게 줄이 생겼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신문지를 깔고 앉거나 간단히 먹을 음식을 챙겨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온 신주청(62)씨는 “뉴스를 통해 방청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대법원에 전화를 걸어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며 “집에서 5분 거리라 여유 있게 왔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응모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했다는 신모(56)씨는 “박 전 대통령의 민낯을 보고 싶어 방청 신청에 참여하게 됐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직접 재판 현장을 보고 싶은 건 누구나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이현희(42)씨는 “오전 6시30분 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왔다”며 “빨리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20~30대의 젊은층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방청에 열기를 보탰다. 친구들끼리 오거나 연차를 내고 온 직장인도 다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온 이주호(24)씨는 “헌법재판소 탄핵판결 당시에도 인터넷을 통해 방청신청을 했는데 당첨되지 못했다”며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다. 내달 미국 유학을 갈 예정인 안준용(24)씨는 “탄핵 전에는 군인이어서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재판 방청에 당첨이 되면 역사적인 광경을 볼 수 있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방청권에 응모했다. 자신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정모씨(57)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똥튈까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을 앞두고 마음이 아프고 착잡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또 당첨된 기분”…당첨자 ‘환호’

추첨은 이날 오전 11시15분 청원경찰 입회하에 법원 관계자가 실시했다. 당첨자를 추첨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당첨된 시민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당첨되지 못한 시민은 “아이고” “앞 번호만 왜 안 나오나” “박수치지 말라. 시끄럽다” 등 탄식이 이어졌다. 이날 70번대 당첨자가 몰려나오자 야유를 보내는 시민도 있었다. 그러자 사회자는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당첨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25일 재판 방청권에 당첨된 김치선(27·여)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당첨이 되어 신기하고 놀랍다”며 “경찰 공무원 시험 결과를 앞두고 있는데 좋은 징조인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온 정동식(38)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된 것 같이 기쁘다”며 “아들 셋이 있다. 아이들에게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잘못을 하면 어떤 벌을 받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방청권에 당첨되지 못한 시민은 “벌써 끝난거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일부 참가자는 추첨이 끝나자 고개를 숙이거나 주먹을 쥐는 등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하는 김수현(51)씨는 “오늘 아침도 거르고 왔는데 당첨이 안 돼 속상하다”며 “그래도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인 만큼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숫자 하나 차이로 방청에 실패한 한수호(28)씨는 “대신 당첨된 분들이 박 전 대통령 재판 과정을 제대로 감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인 417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meal@kukinews.com

조미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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