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미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열린 첫 재판에서 18개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3일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3시간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씨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했다“며 ”권력을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재벌과 유착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첫 공판에 출석해 "변호인과 입장이 같다"며 검찰과 특검이 적용한 18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구체적으로 박 전 대통령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출연금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는 동기가 없다”며 “최씨와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에 대한 증거관계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SK·롯데그룹 측에 대한 뇌물 요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문체부 공무원 사직 지시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혐의 등에 대해서도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삼성 관련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관련자 153명의 진술조서를 전부 증거로 쓰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증인신문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다.
최씨는 “제가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죄인”이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혐의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검찰이 무리하게 엮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박 전 대통령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 측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이지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진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재판 전 법정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허락했다. 재판부는 향후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특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1심 구속 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신속히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mea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