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뇌물수수를 포함해 총 18가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심리가 25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 혐의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뇌물죄’ 적용 여부다. 받은 뇌물이 1억원이 넘으면 형법상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된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서 774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혐의가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징역 10년부터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뇌물수수 혐의에서 무죄를 받고 직권남용 등 나머지 혐의만 유죄가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에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과 검사 측은 ‘뇌물죄’를 두고 대립각을 벌였다. 검사 측은 “피고인은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며 “검찰과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방대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게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받아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재단의 돈은 정부 부처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쓰지도 못할 출연금을 왜 받아내려고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가 “언급할 사항이 더 있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는 뇌물죄와 관련, 적극적인 방어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뇌물죄 등 형법 위반에 대한 판단은 배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뇌물죄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죄로 법 심판대에 오른 국가 총수는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은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고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뇌물수수 관련 수사를 하던 중 서거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전씨는 당시 법정에서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씨와 노씨에게 포괄적 뇌물죄 개념을 들어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을 배척했다. 또 재판부는 “기업체들이 회사운영 편의나 정책 결정상 선처 명목으로 대통령에게 제공한 금품은 대통령이 국정 수행과정에서 갖는 포괄적 지위에 비춰볼 때 명백한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갖는다”고 판시했다.
변종필 동국대학교 형사법 교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는 유죄 가능성이 크다”며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단이 박 전 대통령에게 귀속되는 형태로 봤을 때 그 자체로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이어 “뇌물죄 적용에 법리적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또 법원이 특검이 제출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tladbcjf@kukinews.com